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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육현우는 금방 잠에서 깬 탓인지 나른한 목소리였는데 임하나의 이름을 부르는 억양이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야릇했다. 얼굴이 확 달아오른 임하나가 해명했다. “대표님께서 주신 물건 돌려드리려고요.” 육현우는 테이블에 있는 쇼핑백을 보더니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요?” “아뇨.” 임하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렇게 귀중한 물건은 받을 수 없어요. 받을 이유도 없고요.” “별로 귀중한 물건은 아니에요. 그냥 제 마음이에요.” 육현우가 말했다. “하나 씨 뭐 좋아해요? 제가 승호더러 사라고 할게요. 아니면 직접 고르셔도 되고요.” 임하나에게 보상을 해준다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웠다. “대표님. 그날 밤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할게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 기억도 안 할 거고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사주신 물건 보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사실이었다. 지난 일에 대해 육현우가 묻지 않고 임하나가 얘기하지 않는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육현우가 그녀에게 선물을 한다면 또 다른 성질을 띠게 되는 것이다. 임하나의 말에 일리가 있었던 탓일까. 육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강박은 안 해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임하나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육현우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 커피 한 잔 타주시겠어요?” 임하나는 그의 비서로서 커피쯤이야 문제없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커피를 타서 돌아오니 육현우는 마치 잠이 든 듯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대표님?” 임하나가 낮은 소리로 그를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임하나는 몸을 숙여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돌아가려고 할 때 육현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앗!” 임하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그녀는 잔을 놓치며 커피를 쏟았다. 육현우가 정신이 들며 손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고는 손으로 미간을 꾹 누르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그는 그날 밤 일을 꿈꾸고 있었다. 마침 들어온 임하나의 몸에서 나는 담담한 향기에 육현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어 잡은 것이다. “괜찮아요?” 벌겋게 덴 임하나의 손을 보며 육현우의 죄책감이 더욱 커졌다. 잘 놀라는 임하나를 이번에도 놀라게 한 육현우였다. 육현우도 고의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임하나는 손을 등 뒤로 숨기며 답했다. “괜찮아요. 다른 일 없으시면 전 이만 나가볼게요.” “그래요.” 육현우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임하나는 육현우의 사무실에서 나오며 우연히 두 사람을 마주쳤다. “하나 씨?” 안은실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왜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와요?” 이지영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해명하기 싫었던 임하나는 그들을 지나쳐 가려고 했지만 안은실이 임하나를 잡으며 말했다. “거기 서요! 회사 규칙 상 실습생은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 몰라요? 이렇게 아침 일찍 아무도 없는 시간에 안에서 뛰어나오는 모습을 보아하니, 혹시 기밀문서라도 훔친 거 아니에요?” 안은실은 말하며 임하나가 뒤에 숨기고 있는 손을 발견하고는 임하나가 무조건 물건을 훔쳤다고 단정 지었다. “손에 뭘 들고 있어요? 내놔요!” 이때 한승호가 사람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요?” 안은실이 임하나를 손가락질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한 비서님. 제가 방금 하나 씨가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어요. 뭔가를 훔친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임하나에게 쏠렸다. “전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요!” 임하나가 해명했다. “그럼 왼손은 왜 계속 뒤에 숨기고 있는 건데요?” 평소에도 임하나를 좋아하지 않던 안은실이 이때가 기회다 싶어 말했다. “당당하면 손이나 내밀어봐요!” 임하나는 마지못해 왼손을 내밀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다만 손등이 벌겋게 데었다. 안은실이 말했다. “이렇게나 오래 시간을 끌었으니 분명 몸에 숨겼을 거예요. 몸수색 좀 해도 될까요?” 임하나는 조급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훔친 게 없는 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몸을 수색해요?” “혐의가 있으니까요! 회사 규칙을 어기고 몰래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잖아요! 찔리는 게 있으니까 수색도 거부하겠죠!” 안은실은 기세등등하게 임하나를 저격했다. 한편 이지영은 옆에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평소 안은실과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모두 방관자의 태도로 지켜보았다. 그때 한승호가 주저하다가 말했다. “임하나 씨. 실습생은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규칙 몰라요?” “알아요.” 임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단지 물건을 돌려주고 싶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육현우에게 물건을 돌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한다면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육현우를 또 어떻게 오해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안은실이 더욱 몰아세웠다. “다들 들었죠? 고의성이 다분하다니까요! 제가 볼 땐 분명히 물건을 훔친 게 틀림없어요! 라이벌 회사에서 보낸 간첩일 수도 있죠. 한 비서님. 제대로 조사해야 할 거예요!” 한승호는 안은실의 말을 믿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임하나가 간첩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저 보는 눈이 많은 탓에 할 도리는 해야 했다. “하나 씨. 하실 말씀 더 없어요?” 임하나가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해명할 게 없었다. “그럼 대표님 사무실은 왜 들어간 거예요?” 임하나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하나 씨가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사람 있어요?” 한승호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회사 규칙을 어긴 건 작은 일이지만 절도는 심각한 문제였다. 임하나는 본인이 회사에서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정직원도 쉽게 잘리는 마당에 일개 실습생은 오죽할까. 육현우가 그녀를 위해 나서주길 바랄 수도 없었다. 임하나는 눈을 감고 답했다. “없어요...” 말이 끝나자 사무실 문이 열리며 육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증명해요. 됐죠?”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육현우를 보았다. 임하나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모든 불안이 그의 등장과 함께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대표님?” 안은실이 제일 놀라며 물었다. “사무실에 계셨어요?” 육현우가 안은실을 훑어보며 말했다. “줄곧 안에 있었어요. 임하나 씨가 제 사무실에 들어온 건 제가 허락한 일이에요. 또한 훔친 게 없다는 것 역시 증명할 수 있어요. 됐어요?” 모든 사람들이 침묵했다. 육현우가 누구의 편을 드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그때 안은실이 지지 않고 말했다. “대표님. 이러시면 안 되죠! 임하나 씨는 실습생이에요. 실습생은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회사 규정에 명백하게 써져 있다고요! 하나 씨는 규정을 어겼어요...” 이지영은 육현우가 임하나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다. 회사 규정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반발을 살 것이다. 그러니 임하나는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실습생이죠?” 고요 속 육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한 비서, 처리해. 오늘부터 임하나 씨는 정식으로 채용됐어.”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고 안은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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