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임하나는 그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더니 아래위로 훑어보고 말했다.
“당신...”
“나 밤새 농구했어요.”
강인하는 농구공을 툭툭 치면서 웃었다. 흠뻑 젖은 땀 사이로 뭔가 깨달은 듯한 통쾌함이 느껴졌다.
“뭔가 내려놓지 못했던 것도 다 내려놓았어요. 농구장에서 나오다가 하나 씨 봐서 인사하려 했는데 욕하더라고요.”
“그쪽을 욕한 게 아니에요.”
임하나가 말했다.
“정말요?”
“네.”
강인하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하긴. 내가 하나 씨 찬 적도 없고 여자한테 차인 건 난데.”
임하나가 아무 말이 없자 강인하가 그녀를 훑어보며 물었다.
“출근해요?”
“네.”
강인하는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흔들었다.
“데려다줄까요?”
임하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브랜드라 대체 어떤 차일까 고민하던 그때 강인하는 길가의 한 자전거 옆으로 다가갔다. 먼저 농구공을 주머니에 넣고 자전거에 걸더니 바구니에서 외투를 꺼내 접어 뒷자리에 놓으며 툭툭 두드렸다.
“앉을래요?”
임하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강인하는 자전거에 앉아 긴 두 다리로 바닥을 짚은 채 웃으며 말했다.
“그건 무슨 표정이에요?”
임하나는 손을 내저었다.
“인하 씨를 웃는 게 아니라 이 자전거가... 엄청 특별해 보여서요.”
강인하가 소리 내 웃었다.
“원래 그렇게 빙빙 돌려서 얘기해요? 뭐가 특별한데요? 특별히 낡았어요?”
임하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확실히 낡고 오래된 자전거인 건 사실이었다. 위의 페인트가 벗겨져서 얼핏 보면 할아버지가 낡은 자전거를 이끌고 폐지를 줍는 그런 자전거임을 연상케 했다. 강인하 같은 바람둥이가 이런 자전거를 탄다는 건 실로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탈 거예요, 말 거예요? 안 타면 그냥 가요?”
강인하가 재촉했다. 임하나는 괜찮다고 혼자 가겠다고 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달려오는 육성재의 차를 보았다. 혹시라도 또 귀찮게 굴까 봐 결국 자전거에 올라탔다.
“가요.”
강인하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허리 꽉 잡아요. 안 잡으면 떨어지니까.”
임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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