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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장

두 사람은 동시에 멈칫했다가 의아한 눈빛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김승연이 통화를 하면서 나왔다. “거기서 기다려. 내가 바로 내려갈게...”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육성재를 본 순간 김승연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성재 학생,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나 몰래 하나 절친이랑 바람난 건 둘째치고 어떻게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정말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소이현이랑 성재 학생 둘이 아주 똑같이 못됐어.” 그러고는 더는 육성재를 거들떠보지 않고 한승호에게 말했다. “지금 누가 옆에서 하나 챙겨줘야 해. 나 잠깐 내려갔다가 일 처리 좀 하고 올게.” “네, 이모님.” 한승호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김승연이 떠난 후 한승호와 육성재는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의 뜨거운 바람 때문에 더웠던 육현우는 외투를 벗어 의자에 놓았다. 그는 한창 허리를 숙여 한 손으로 임하나의 머리를 받쳐 들고 물을 먹여주고 있었다. 인기척에 육현우가 고개를 돌렸다. 육성재를 대충 훑어보기만 할 뿐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육성재는 임하나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나 왜 이래요?” 한승호가 대답했다. “소이현이 하나 씨를 욕실에 가둬 놓고 에어컨 찬 바람을 틀어놓은 바람에 하나 씨 하마터면 얼어 죽을 뻔했어요. 하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 왔어요. 안에 밤새 갇혀있었더라면 정말 큰일이 났을 거예요.” 온밤이 아니라 몇 시간만 있었더라도 얼어 죽었을 것이다. 여학생이 어떻게 이런 잔인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육성재가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소이현이 그런 거라고요?” “이미 신고했고 경찰이 곧 도착할 겁니다. 경찰에서 제대로 조사할 거예요.” 한승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인인 그마저도 이 관계를 다 파악했다. 감정이라는 게 남이 간섭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만약 육성재가 이 상황에서도 소이현의 편을 들어준다면 그건 정말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던 그때 육성재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일그러진 얼굴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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