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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아니야.” 육성재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단답하고는 휙 가버렸다. 소이현은 쫓아가지 않고 멀어져가는 육성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육성재가 신경 쓰는 게 분명했다. 안 그러면 왜 갑자기 그녀를 차갑게 대하겠는가? 조금 전 강인하가 했던 말만 떠올리면 소이현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오던 길을 돌아서서 갔지만 임하나와 강인하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소이현은 휴대 전화를 꺼내 강인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통화연결음이 한참 울렸지만 받질 않았다. 하여 소이현은 전화를 끊고 씩씩거리면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한창 라면을 먹고 있던 임하나는 소이현을 힐끗 보고는 계속 라면을 먹으면서 드라마를 보았다. 소이현이 임하나 앞으로 다가갔다. “임하나, 너무한 거 아니야?”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임하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눈살만 찌푸렸다. 그런데 소이현은 미친 사람처럼 그녀의 컴퓨터 전원 코드를 확 뽑아버렸다. 컴퓨터 화면이 꺼지면서 기숙사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그러자 소이현은 코드를 손에 들고 성난 얼굴로 임하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성재 빼앗아가서 미워한다는 거 알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런 쌍스러운 방법으로 복수할 필요까진 없지 않아?” 임하나는 그녀를 덤덤하게 쳐다보며 되물었다. “강인하가 정말 네 전 남자 친구야?” 소이현은 순간 흠칫했다. 대답을 들은 게 아니라 되레 임하나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절대 밀리지 않는 기세로 임하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뭐 어쩔 건데?” “어쩔 건 없지.” 임하나는 계속하여 차분하게 말했다. “난 네 자질구레한 일에 아무 관심 없어.” “허허, 고상한 척 그만해. 네 짓이 아니었더라면 강인하가 왜 불쑥 나타나서 쓸데없는 소리를 했겠어? 성재가 날 의심하고 차갑게 대하니까 인제 만족해? 좋아? 이게 바로 네 목적이었지? 우릴 갈라놓으려고. 그런데 있잖아.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성재가 날 버린다고 해도 절대 다시 너한테로 돌아갈 일은 없어.” 임하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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