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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고요한 사무실 안, 임하나는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었고, 육현우는 그 옆에 앉아있었다. 코피는 멎었지만 얼굴과 몸 모두 피로 얼룩져 있어 심각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주의력은 전부 임하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육현우의 눈동자엔 한승호는 처음 보는 애틋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들어오자 육현우는 의자에서 일어나 곧바로 주기태에게 말했다. “하나 씨 어깨 좀 봐 줘.” 주기태는 머쓱하게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저기... 여자분이시라... 깨어난 다음에 의견을 물어보고 살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육현우가 불만스러운 듯 이마를 찌푸렸다. “하라면 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 주기태는 어쩔 수 없이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임하나는 긴 팔 티셔츠를 입고 있어 벗어야만 상처를 볼 수 있었다. 의사에게 있어 성별의 차이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직 어린 여자아이다 보니 본인이나 가족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빨리 시작해.” 육현우가 버럭 화를 냈다. 보기 드물게 조급해하는 모습에 주기태는 화들짝 놀랐다. 주기태는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었다. 임하나의 옷깃에 손을 댄 순간, 육현우가 뒤에서 목덜미를 잡고 끌어냈다. “내가 할게.” “???” 육현우는 임하나의 셔츠 단추를 하나 풀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보았다. 한승호와 주기태는 나란히 서서 멍하니 그와 임하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둘 다 뒤돌아 서 있어.” 육현우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서로를 쳐다보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몸을 돌렸다. 육현우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조심스레 임하나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남자인 자신이 여자의 옷을 벗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백지장 같이 창백해진 얼굴을 본 순간 그런 것들은 고려할 겨를이 없어 계속하여 풀어나갔다. 이어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옷에서 팔을 빼냈다. 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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