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점심시간이 되자, 임하나는 빵과 물을 챙겨 비상계단으로 갔다. 어제처럼 육현우가 식당으로 데려가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비상계단에는 아무도 없어서 아주 조용했다. 하여 임하나는 빵을 먹으며 휴대전화 연락처를 뒤적였지만, 돈을 빌릴 만큼 친한 사람은 없었다.
차단된 동기 단체 채팅방에는 이미 99+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임하나는 평소에 말이 없어서 채팅방에서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처음 그 채팅방에 들어갈 때도 소이현이 끌어들인 것이었다.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임하나는 채팅방 알림도 꺼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채팅방을 열어보게 되었다.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 임하나는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메시지를 읽었다. 그러다가 한 동기가 일자리를 홍보하며 올린 글을 보고 스크린 화면을 위로 올리다가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밤에 하는 아르바이트로 20만 원을 벌었다고 하며, 급히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 여자 동기의 이름은 남보라였다.
남보라는 과에서 외모와 몸매가 제일 좋은 편이었고, 성격도 활발해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남보라는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주로 외모를 가꾸는 데, 또는 사교 활동에 썼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과목에서 F 학점을 받았다.
한번은 누군가 남보라가 고급 세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그녀가 스폰을 받는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보라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자, 소문은 더욱 커졌고, 결국 남보라는 퇴학 위기까지 겪게 되었다.
반면 임하나는 성실한 학생으로, 조용히 공부만 하는 타입이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학과에서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하나는 남보라의 프로필을 열고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친구 추가를 눌렀다. 하지만 남보라는 즉시 반응하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쯤, 임하나는 친구 추가가 수락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이제 친구가 되었습니다. 채팅을 시작해 보세요.]
임하나는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 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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