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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임하나는 자다가 깨서 입안이 너무 말라 어지러운 머리를 이끌고 텐트 밖을 나왔다. 그녀의 눈앞에 남자의 운동화가 나타났다. 운동화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올리자 길쭉한 다리가 보였다. 눈부신 햇살 아래 임하나는 육현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놀라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 “육... 육 대표님?” 육현우는 그녀의 앞에 몸을 숙이고 앉아 열이 올라 붉게 달아오른 임하나의 얼굴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뭐 좀 물을게요.” 임하나는 심장이 철렁했다. 입안은 바짝 말랐고 심장이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얘... 얘기하세요.” “어젯밤 혹시 제 텐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 못 봤어요?” 육현우는 임하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임하나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임하나의 심장을 잡고 터뜨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임하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파들거리는 눈초리로 답했다. “못... 못 봤어요.” “왜 떨어요?” 육현우가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며 물었다. 임하나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도 심각하게 떨고 있었다. 원래도 마른 몸의 임하나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육현우의 사무실에는 몇십 명의 비서가 있었는데 모두 다른 영역의 업무를 담당한다. 임하나는 갓 입사한 실습생이었고 육현우는 그녀에 대한 인상이 조금 남아있었다. 임하나는 아주 담이 작았는데 면접 시 육현우가 그녀에게 질문을 할 때 임하나는 육현우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줄곧 머리를 숙이고 그를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 “저... 추워서요.” 임하나는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 “추워요?” 육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열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춥죠?” 말을 하며 그는 차가운 손으로 임하나의 이마를 짚었다. 단 1초 만에 그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이렇게 뜨거워요?” “대표님. 저 괜찮아요...” 임하나는 너무 괴로웠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잔디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있던 임하나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졌다... “임하나 씨?” 육현우는 뭔가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임하나를 깨우려고 했다. 처음에는 나지막하게 대답을 하던 임하나는 이내 철저히 정신을 잃었다. 육현우는 망설이지 않고 허리를 숙여 임하나를 들어 안았다. 보기에 마른 그녀는 생각보다 더욱 가벼웠다. 고개를 숙여 임하나를 보던 임현우는 그녀의 목에 난 핑크색 키스 마크를 발견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대표님!” 날카로운 소리가 적막한 숲을 가로질렀다. 이지영이 그의 품에 안겨있는 임하나를 보더니 숨을 고르며 말했다. “저... 하나 씨가 걱정이 돼서 돌아왔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열이 나무 나서 기절했어요.” 육현우가 말하며 임하나를 뒷좌석에 눕혔다.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요.” 말하며 차에 타려고 했다. “대표님...” 이지영이 그를 잡으며 부탁했다.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육현우는 의도를 알고 싶다는 눈빛으로 이지영을 보았다. 이지영이 해명했다. “하나 씨와 동료기도 하고 우린 모두 여자이기도 하니 제가 가면 분명 도울 일이 있을 거예요.” 육현우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는 동의했다. 병원에 도착하여 임하나는 입원하여 링거를 맞았다. 이지영이 물을 받아서 와보니 육현우는 그새 침대 끝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든 임하나의 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님.” 이지영이 물을 건네며 말했다. “물 좀 드세요.” “고마워요.” 육현우는 컵을 받아 옆에 놓으며 물었다.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이지영이 멈칫했다. 비서팀에는 몇십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종일 육현우를 따라다니는 사람은 한승호 혼자일 뿐만 아니라 이지영의 업무 능력이 특출난 것도 아니어서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지영이에요.” “이 비서님. 저를 도와 확인을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 이지영의 눈빛에 실망이 조금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말씀하세요.” 육현우는 그녀에게 몇 마디를 하고는 병실을 나갔다. 이에 이지영은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병상에 다가가 복잡한 눈빛으로 아직 자고 있는 임하나를 바라보았다. 육현우가 그녀에게 부탁한 사실을 떠올린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임하나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모든 단추를 푼 이지영은 임하나의 몸에 있는 흔적을 보더니 놀라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대표님, 어디 가셨어요?” 한승호가 동료들을 데리고 야영지에 도착한 뒤 육현우가 보이지 않자 얼른 전화를 걸어 물었다. 육현우가 답했다. “임하나 씨가 쓰러져서 데리고 병원에 왔어.” “임하나 씨라면 그 실습생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승호는 놀랐다. 육현우가 친히 임하나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가 아니라 그가 고작 실습생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사실이 너무 의외였던 것이다. 육현우의 몇십 명의 비서들 중 한승호를 제외하면 육현우가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가 임하나의 이름을 기억하다니 신기한 일이 아닌가. “그래.” 육현우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재밌게 놀아. 모든 상금은 워크숍 끝나고 돌아와서 줄게.” 간단하게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이지영이 나왔다. 육현우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어때요?” 이지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답했다. “확인해 봤지만 하나 씨의 몸은 깨끗했어요.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키스 마크는... 아마 하나 씨의 남자친구가 남긴 것이겠네요.” “남자친구요?” 육현우는 미간을 살짝 구겼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지영이 말했다. “들어가 보시겠어요? 곧 깰 것 같거든요.” “아뇨.” 육현우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말했다. “전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어요. 하나 씨 깨면 하나 씨의 가족에게 연락해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지영은 육현우가 떠나는 것을 배웅하고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 이미 깬 임하나는 눈을 뜨고 힘 없이 있어났다. 그러자 이지영이 다가가 병상 끝에 앉아 말을 건넸다. “하나 씨, 깼어요? 좀 어때요? 괜찮아요?” 임하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여기 혹시 병원인가요?” “네.” 이지영이 임하나에게 물을 따라주며 웃으면서 말했다. “대표님께서 하나 씨 안고 병원까지 왔어요.” “콜록콜록...” 임하나는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사레가 들렸다. “대표님께서요?” “그래요.” 이지영이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하나 씨. 대표님 혹시 하나 씨한테 관심 있는 것 아니에요? 제가 입사한 지 1년이 넘었는데 대표님께서 여자를 안은 모습은 처음 봤어요.” 임하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럴 리가 없어요.” “왜 없어요. 하나 씨 예쁘고 어리고 몸매도 좋잖아요. 많은 대표님들이 어리고 청순한 여자를 좋아해요. 하나 씨 혹시 남자친구 없으면 대표님 어때요? 대표님 조건도 좋고...” “저 남자친구 있어요.” 임하나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러자 이지영이 놀란 듯 물었다. “정말요?” 임하나가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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