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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장

“네, 제가 개자식이죠.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호언장담한 진우석이 임하은에게로 다가갔다.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그 앞을 막아선 임하나와 임하은을 향해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은아, 처제, 내가 정말 잘못했어.” “저번에도 이런 식이었잖아요.”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게 고쳐질 리가 없어. 이번에야말로 헤어지는 줄 알았더니... 임신이라니...’ 임하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막무가내로 손댄 건 아니야. 그럴 만한 일이 있었고 너무 화가 나서 순간... 하은아, 내가 미쳤었나 봐. 널 의심하다니. 우리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줘. 응?” “언니!” 임하나는 임하은이 또 마음이 약해지면 어쩌나 싶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나 너무 피곤해. 당신은 집에 가봐. 나 혼자 생각 좀 해보게.” “그래. 내가 몸에 좋은 요리 잔뜩 해가지고 올게. 처제, 수고스럽겠지만 언니랑 같이 있어 줘.” 여전히 입이 귀에 걸린 진우석이 병실을 나섰다. ... “언니, 병원에만 있는 거 답답하지 않아? 우리 산책이라도 나갈까?” “내 꼴을 봐. 사람들 놀라게 할 일 있어?” 임하은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을 바라보는 임하나의 마음 역시 욱신거렸다. “사람들 생각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이럴 때일수록 바람이라도 쐬어야 한다고.” 가방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꺼낸 임하나가 말을 이어갔다. “자, 이러면 괜찮겠지.” 임하나의 고집에 임하은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병원 근처의 백화점으로 향했다. 옷 가게에서 원피스 두 벌을 고른 임하나가 임하은 위로 대보며 말했다. “이거 한 번 입어봐. 언니한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됐어. 나 옷 많아. 어머, 얘가 왜 이래?” 임하나의 성화에 등을 떠밀려 탈의실로 들어가긴 했지만 임하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은 옷 그대로 나타났다. “옷은?” “나한테 안 어울리더라고.” 원피스를 원래 자리에 걸어둔 임하은이 짧게 대답했다. ‘안 어울리긴.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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