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소윤정은 최성훈이 하준을 데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지금 당장은 최성훈과 마주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준을 위해서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성훈은 따로 예약한 작은 룸으로 들어갔다. 방은 크지 않았지만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고 벽에는 아이들이 그린 낙서로 가득해 가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조금 전의 놀란 마음을 다잡지 못한 하준은 이내 벽에 있는 낙서에 매료되어 작은 가방에서 자신의 그림 도구를 꺼내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매우 진지하게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 그림을 그리느라 소윤정이 들어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하준은 여전히 자신의 그림에 몰두한 채로 있었다.
소윤정은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울리는 기분이었지만 하준이 낙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최성훈의 차가운 표정은 애써 외면한 채 소윤정은 천천히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가방을 옆자리 빈 의자에 내려놓았다.
그림을 그리는 하준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소윤정은 마음속에 애정이 마구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녀가 하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최성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만할 거야, 아니면 더 계속할 거야?”
최성훈의 말에 소윤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이미 사랑이 식어버린 이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유지할 힘이 없었다. 그런데도 최성훈은 그녀가 단지 ‘분풀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윤정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최 대표님, 저는 장난으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이혼은 진지한 결정이에요.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남편 쪽에 사인하고 직접 동사무소에 가보세요. 그럼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이 부서지고 망가진 결혼 생활은 그녀를 완전히 지치게 만들었다.
최성훈은 외투를 벗어 옆에 놓고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최씨 가문을 떠나서 네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자 소윤정은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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