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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조사

할 말이 많은 것 같은 전지안의 모습에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홍등가에서 몸을 팔았냐고?”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조금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억지로 상처를 들추려는 게 아니야. 그냥 정말로 궁금한 것뿐이야. 왜, 돌아온 뒤엔 단 한 번도 그 반년간 벌어졌던 일에 대해 말하지 않는 거야?” 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때의 일을 지금 떠올려보면 온통 차디찬 감각뿐이었다. 나는 전지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간이 늦었어, 나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내가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입술을 삐죽인 전지안이 구시렁거렸다. “또 쫓아내는 것 봐. 흥,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하지 않았으면 절대로 너 점심 가져다주러 오지 않았을 거야.” 비록 말로는 투덜대도 그녀는 엄한 얼굴로 아직 많이 남은 도시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 먹어, 안 그럼 다시는 안 해줄 거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남은 음식들을 전부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 저녁. 전지안과 저녁을 함께하고 청산각에 돌아왔을 땐 이미 늦은 밤이었다. 별장 거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기에 염지훈이 돌아오지 않은 줄 알았던 나는 익숙한 상황에 서재로 가 책을 읽으면서 잠기운을 청할 생각이었다. 서재 밖, 반쯤 열린 문을 본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설마 염지훈이 돌아온 건가? “염 대표님, 5년 전의 일에 대해 제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전부 여기 있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염지훈의 비서 진한일의 목소리였다. 서재에서 대화 중인가? 남의 말을 엿듣는 버릇 같은 건 없었던 터라 곧장 등을 돌려 떠나려는데 안쪽에서 진한일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사모님의 과거는 조금 체면이 떨어집니다. 만약 여사님께서 아시게 된다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한일이 말하는 사모님은 당연히 나를 말했다. 5년 전의 일! 염지훈이 5년 전의 일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건가? 걸음을 멈춘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러니까 오늘 병원에서 송여월이 했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던 건가? “염 대표님, 만약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나를 향해 조금 놀란 눈빛을 보내는 두 사람을 보며 곧장 입을 열었다. “사모님….” 진한일은 조금 놀란 듯 저도 모르게 나를 불렀다. 되레 염지훈은 놀랍도록 평온한 듯했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본 그는 그저 시선을 들어 진한일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돌아가서 쉬어.” 나를 쳐다본 진한일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공손하게 떠났다. 서재 안에는 오직 나와 염지훈만이 남았다. 분위기는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 자료를 손에 든 그는 한침이 지나서야 나를 쳐다봤다. 담담한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 흉터는 5년 전에 남은 건가?” 나는 잠시 멈칫했다. 관심 포인트가 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검은 눈동자로 나를 훑으며 꽤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내일 가서 여월에게 사과해.” 사과? 몇 초 만에 나는 금방 그 뜻을 알아차렸다. 오늘 병원에서 내가 송여월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봐놓고 아무런 반응도 없이 되레 나와 함께 송정헌의 병문안을 갔기에 난 또 성정이 바뀌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진한일에게 5년 전의 일에 대해 조사를 지시한 건 송여월이 거짓말을 하지 않은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나보다 반 뼘은 더 높은 남자를 쳐다본 나는 코웃음을 치며 그의 검은 눈동자를 주시한 채 또박또박 말했다. “사과? 염 대표는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거야? 나 송여은의 남편 자격으로? 아니면 송여월의 애인 자격으로?” 말을 마친 나는 그가 테이블에 내려놓은 자료를 들어 대충 훑어봤다. 결론적으로 송여월이 병원에서 나를 모함했던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트린 나는 자료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지며 염지훈을 쳐다봤다. “염 대표, 고작 이깟 것들밖에 못 찾은 거야?” “송여은!” 염지훈은 분노를 누르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오만방자하고 제멋대로인 건 망할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욕설까지 내뱉는 걸 보니 정말로 화가 난 듯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그를 쳐다봤다. “내 문제야 아주 많지. 제때 손실을 막고 싶으면 염 대표, 차라리 빨리 이혼 협의서 작성해서 사인하고 서로 각자 갈 길 가는 게 나을 거야.” 말을 마친 나는 곧장 등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손목이 덥석 잡혔고 그대로 그의 품으로 끌려갔다. 커다란 손으로 내 뒤통수를 감싸 쥔 그는 강제로 시선을 맞추었고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가 담겨 있었다. “송여은, 그렇게 나랑 이혼하고 싶어?” 나는 냉소를 흘렸다. “이혼하고 싶은 건 당신 아니었어? 왜? 내가 선심 써서 두 사람 이어주겠다는데, 왜 되레 내 탓이야?” 화가 난 탓인지 눈을 가늘게 뜬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이 아주 많은 걸 보니 제대로 혼이 나 봐야 정신 차리겠군.” 말을 마친 그는 나를 단단히 품에 안았고 이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입맞춤이 나를 집어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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