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스스로 불미스러운 일을 자초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으며 그를 붙잡고 말했다. "됐어요, 됐어. 저도 지성 씨가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훌륭한 성품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러나 우리, 이 얘기는 그만하고, 지성 씨는 우선 방으로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요." 신지성의 사고회로는 원래 이렇게 남달랐다. 요즘 자주 만나다 보니 그의 그런 모습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의 옷이 더러워진 것을 본 어머니가 나를 나무라면서 갈아입을 옷을 찾으러 갔다. 신지성은 결벽증이 조금 있는 것 같았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가서 샤워부터 해요. 제가 엄마에게 지성 씨가 입을 새 옷을 준비해달라고 할게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세상을 뜬 뒤, 집에 더 이상 남자 옷을 준비해 두지 않았다. 이미 시간도 늦었는지라 내가 바로 나가서 그가 입을 옷을 사 오려 하자 어머니가 나를 가로막았다. 임신부인 내가 한밤중에 나돌아다니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직접 사러 가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급급히 외출했다. 이 모습에 어쩔 수 없었던 나는 그저 집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침실 앞에 선 채 목욕수건을 욕실 밖에 내려놓고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욕실 쪽을 향해 말했다. "신 대표님, 목욕수건을 욕실 문 앞에 놔뒀어요. 새것이에요. 집에 새 옷이 없어 우리 엄마가 사러 나갔으니 곧 돌아올 거예요. 일단 좀 기다려 주세요." 나는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을 들은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당에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에 얼떨떨해진 나는 어머니가 새 옷을 사 가지고 온 줄 알았다. ‘왜 이렇게 빠르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마중하러 나가려던 차에 송여월과 염지훈이 나란히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를 본 송여월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가 도발하듯이 염지훈의 팔짱을 끼더니 나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여은아, 나 지훈이랑 엄마 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