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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그 놈의 생명의 은인

“할머니께는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작은 찰과상일 뿐이라 이틀이면 괜찮아질 거라고요.” 염지훈이 주영백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영백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다가 염지훈의 단호하고 결연한 눈빛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지훈아, 피를 이렇게 많이 흘렸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 내가 가서 입원 수속을 밟을 테니까 병원에서 이틀 입원하도록 해. 그래야 나도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 송여월이 그의 팔을 잡으며 수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염지훈은 무심하게 그녀에게서 손을 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더니 나에게 두어 걸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나 괜찮으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상처를 싸매느라 그의 이마는 흰 가제로 한 층 둘러싸여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그의 고귀한 분위기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지만. “괜찮으면 됐어.” 더 이상 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바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손목을 잡아버렸고 동시에 중저음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 다쳤는데 부축 안 해 줄 거야?” 나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송여월이 아직 여기 있다고 말하려다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직 그의 아내인 내가 송여월이 그를 보살피는 모습을 지켜볼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송여월의 심기를 거스르면 몰라도. 이렇게 생각한 나는 두말하지 않고 그를 부축하며 대답했다. “그래. 가자.” “지훈아...” 아니나 다를까 송여월이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뒤에서 그를 나지막이 불렀다. 하지만 염지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한테 몸을 맡긴 채 병원을 나섰다. 나는 차를 타고 병원을 떠나면서 백미러로 병원 문앞에 서 있는 송여월을 힐끗 보았다. 심기가 불편한 듯 뚱한 표정의 그녀를 보며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도중, 워낙 염지훈과 더 이야기할 거리도 없었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만 했다. “송여월한테 목숨을 빚졌어.” 염지훈이 갑자기 침묵을 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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