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내가 목숨 빚을 졌어

그리고 내가 뭐라고 하든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회의실을 나섰다. 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워낙 많았는지라 그와 대꾸할 시간도 없었다. 진지명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 뒤 정리하고 본가로 갈 준비를 했다. 회사 밖, 염지훈은 과연 말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올블랙 착장의 남자가 검은 맥라렌 세단 옆에 서있으니 귀티가 넘쳐흘렀다. 그 모습이 너무 시선을 끌어 지나가던 행인들도 저도 모르게 흘끔흘끔 쳐다봤다. 미에 대한 추구는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거였기에 예쁘고 멋진 사람들에게는 몇 번 더 시선이 가는 것도 정상이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말이다. 나는 그 시선들을 받기 싫어 그를 흘깃 노려보고는 내 차 쪽으로 향했다. “빵빵——” 염지훈은 클랙슨을 울렸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돌아봤다. “송여은, 내가 운전할게.”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들락날락하던 송한 그룹 직원들과 행인들한테 들릴 만한 소리 기는 했다. 게다가 경적까지 울렸으니 자연히 더 많은 사람들이 듣게 되었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 전에는 몰랐는데 이 사람 이렇게 뻔뻔했나? 만약 여기서 내가 저 잘생긴 얼굴을 외면하고 돌아선다면 두 시간도 안돼 송한 그룹 내부에서는 송 씨 가문 아가씨와 염 씨 가문 도련님이 다퉜다는 소문이 번질 것이다. 별로 큰 일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집안일이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나라도 그건 원치 않았다. 절대 염지훈이 날 데려다주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이 그의 차에 올라탔다. 몇십 억 원 대의 맥라렌은 역시 시동소리부터 달랐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본가로 가는 길 내내 많은 사람들이 부러운 눈길을 보내왔는데 그게 너무 적응이 되지 않았던 나는 창문을 닫아버렸다. 운전을 하던 염지훈이 슬쩍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뜨고 말했다. “네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나는 대꾸도 하기 싫어 짧게 답했다. “송여월이라면 그랬겠지.” 그 말에 그의 표정은 단번에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