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장 비겁해

동공이 흔들리던 송여월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버럭 화를 냈다. “지훈이와 통화하고 있었어?” 나는 그녀를 쳐다보며 억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언니가 왔을 때 마침 실수로 전화를 걸어버렸네.” “너….” 다급함과 분노에 하얗게 질리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적잖이 좋아졌다. 통화는 끊기지 않았고 전화 너머의 남자는 내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 너머에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다른 일 없으면 끊도록 하지.” 보아하니, 송여월이 이혼을 하라고 종용하는 것에 대해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한 듯했다. 내가 통화를 마치는 것을 보자 송여월은 분노에 차 두 눈을 부릅떴다. “송여은, 비겁해!” 비겁? 그녀를 보며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언니, 비겁하다는 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지금 언니가 있는 곳은 내 집이야. 방금 전에 오만하게 나보고 떠나라고 했던 남자는 나와 혼인신고를 한 남편이고. 도대체 어떤 면을 보고 비겁하다고 하는 거야? 응?” “송여은, 지훈이가 사랑하는 건 나야!” 아마도 화가 난 건지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며 나를 쳐다봤다. 할 수만 있으면 온몸의 세포들을 동원해 나에게 염지훈이 사랑하는 건 자신이라고 알리려는 듯했다. 그녀의 뜻을 조금도 반박할 생각이 없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 쪽을 가리켰다. 억지웃음도 짓고 싶지 않아 직설적으로 말했다. “문은 저쪽이야. 잘 가, 배웅은 안 나갈게.” 여전히 내키지 않는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송여은, 뭐가 그렇게 당당해? 만약 당시에 내가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네가 지훈이랑 결혼할 자격이라도 있었을 것 같아? 너같이 차가운 괴물은 지훈이의 눈에 조금도 들지 못할 거야….” 원래는 쫓아낼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 너무 많아 시끄러움을 못 참은 나는 끝내 그녀를 밀쳤다. 문을 닫은 뒤, 나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머리가 아파졌다. 염지훈과의 결혼 생활이 점점 더 재미없어지고 있었다. 낮에 너무 잔 탓에 밤이 되자 당연하게도 더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낮은 그렇게 바뀌는 것이지. 염지훈은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마당 밖에서 시동음이 들렸을 때 나는 꽤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송여월이 나한테 한 방 맞았으니 그녀의 성격상 염지훈을 돌려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 안 자고 있었어?” 염지훈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외투를 옷걸이에 걸며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들고 있는 패드를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낮에 너무 많이 잤어.” 소파 옆자리가 움푹 파이며 남자의 길쭉한 몸이 내 옆에 자리 잡았다. 내 손에 들린 패드를 흘깃 쳐다본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집 인테리어 다시 하게?” 뜨거운 호흡이 은근하게 내 귓가에 닿아 조금 간지러웠다. 패드를 거둔 나는 그를 흘깃 쳐다봤다. “그래도 괜찮아?” 그는 담담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집은 당신 거니까,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어.” 말을 마친 그는 손목의 메탈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늦었어. 가서 자.” 그의 길쭉한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의 기분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 방은 그가 송여월과 열애를 할 때 매입해 인테리어를 한 곳이라 서로 사랑했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을 텐데, 이렇게 간단하게 동의한다고? 이 2년 동안 나름 편하게 지낸 탓에 별로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송여월은 나를 거슬리게 만들었으니 이참에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어졌다. 안방 안, 염지훈은 없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샤워를 하고 있는 듯했다. 침대로 향한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릴스나 넘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염지훈은 욕실에서 나왔다. 염지훈은 계속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허리에 타월을 맨 채 상반신은 탄탄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었고, 초콜릿 피부색은 은근한 야성미를 드러내고 있어 파워풀한 느낌을 주었다. 릴스를 넘기고 있던 나는 미남이 앞에 있는 탓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고 말았다. 내 시선을 알아차린 듯, 염지훈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염지훈은 아예 나의 곁으로 와 들고 있던 수건을 내게 던지며 말했다. “머리 말려줘.” “응?” 나는 조금 멍해졌다. 이 2년간 꼭 필요한 교류가 아니라면 쓸데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더욱이 서로의 머리를 말려주는 것 같은 다정한 요구는 더 없었다. 앞에 있던 남자는 이미 침대에 앉았고, 잠시 망설이던 나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반쯤 무릎을 굽힌 채 그의 옆에 서서 머리를 말려주었다. 숱이 많고 길이가 짧은 머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말랐다. 수건을 놓은 나는 곧바로 다시 누우려 했지만 그의 커다란 손에 잡혀 품에 안겨버리고 말았다.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동작에 조금 얼이 빠진 나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조금 버벅거렸다. “염… 지훈.” 당황한 나와는 달리 그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듯했다. 2년간의 결혼 생활을 하며 어떤 일은 서로 간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염지훈이 무엇을 할지 알아챈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를 받아주었다. 다만, 그의 손이 나의 배로 향했을 때,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이상함을 느낀 나는 시선을 들어 그를 쳐다봤다. “왜… 그래?”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