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아픈 것 같아
휴대폰을 쥔 염지훈은 검은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염지훈이 무슨 생각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송여월은 작정이라도 한 듯 염지훈이 받지 않자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이 계속해서 울리자 끝내 참지 못한 염지훈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뭐라고 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염지훈은 드레스 룸으로 향했고 나왔을 땐 이미 잠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외투를 챙긴 그가 황급히 밖으로 나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다.
그렇게 묵묵히 떠나는 염지훈을 본 나는 마음속의 아주 자그마한 기대도 전부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음속에는 온통 시큰함과 자조가 가득했다.
안방 입구로 향하던 염지훈은 자신의 아내는 나였던 게 떠올랐던 건지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여월이가 번개가 무섭대. 미안해,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일찍 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바꿔 말하자면 너무 다급하게 떠난 탓에 내 대답은 듣지도 못했다.
“쿠르릉!”
바깥의 천둥소리는 더욱더 거세졌고 나는 이불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천둥소리가 텅 빈 안방에 울려 퍼졌고 메아리는 사라지지 않고 울렸다.
송여월이 천둥소리를 무서워한다고?
염지훈은 참 기억력이 좋기도 했다. 송여월이 두려워하니 그는 송여월이 혼자서 두려움에 맞서게 두고 싶지 않은 듯했다.
번개소리를 송여월만 무서워할까? 5년 전 변경에서 돌아온 뒤 매번 폭우와 번개가 동반되는 날 밤이면 나는 단 한 번도 눈을 감은 적이 없었다. 눈만 감으면 눈앞에는 수옥을 빼곡하게 메운 잘린 손과 발, 산처럼 쌓인 시체들이 떠올랐다. 염지훈은 왜 그걸 모를까?
아, 깜빡했다. 염지훈은 몰랐다. 당시의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아 그 잘린 팔다리를 보지 못했고 처참하게 뭉개진 시체들을 보지 못했다. 그것들을 본 것은 나뿐이었다.
창밖의 비는 점점 더 거세졌다. 오늘 밤은 잠에 들긴 글렀다. 잔혹한 기억과 현실의 서러움이 온몸이 부서질 듯 나를 괴롭혔고 나는 닫혀 있던 창문을 다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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