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안주희가 얼른 설명했다.
“정아 씨, 여기는 하선아. 고등학교 때 공부로 선아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케케묵은 일이라 신경 쓰지 마요.”
채정아는 덤덤해 보이는 하선아를 보며 서진석의 팔짱을 끼더니 웃었다.
“누가 봐도 우리 오빠 잘났잖아요. 다른 사람이 좋아해 준다는 건 내 안목이 높다는 거 아니겠어요?”
“진석이 그때 열어보지도 않고 바로 찢어버렸다니까요. 보는 사람도 민망할 정도였어요.”
안주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가은아.”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힌 손가은은 안주희가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 손가은의 석차는 하선아와 별로 차이 나지 않았고 가끔 하선아보다 더 높은 성적을 거둘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은 가정형편도 비슷했고 굳이 따지자면 손가은네 집이 더 나았다. 손가은은 자기도 도경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결국엔 대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는데 하선아는 가게 되었다는 것에 시기 질투하기 시작했고 하선아를 볼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그 기억이 다시 떠올라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대학교만 졸업했어도 얼마든지 하선아보다 더 출세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서진석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사실 그날 연애편지를 찢어버렸던 건 집에서 열 받는 일이 있기도 했고 성적 발표도 이상적이지 않아 해소할 구멍을 찾다가 애꿎게 하선아가 걸려든 것이었다.
하선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진석아. 사실 그 연애편지 안민아가 쓴 거야. 나는 대신 전해주는 대가로 4,000원을 받았고.”
친구들은 하선아가 이 자리에서 실토할 줄은 몰랐는지 벙찐 표정이었고 하선아가 쓴 연애편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아, 맞아. 그때 안민아가 진석이 좋아하긴 했어. 나더러 뭐 좀 전해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장인준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하자 이진희도 뭔가 생각났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안민아 나한테 우유 사다 주면서 진석이 서랍에 연애편지 넣어달라고 했는데.”
“아, 맞네. 그때 나한테도 돈을 주면서 대신 전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거절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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