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남자의 눈빛이 팽팽해졌다. 한기가 온몸에 퍼졌다. 그는 임현도를 바라보았고, 임현도의 고요한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상대방이 최고의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만약 그의 보스가 그에게 맡긴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면, 그의 끝은 죽음보다 더 무서울 것이다! “쓱!” 마음속에 독한 생각이 떠오르자 남자는 손에 비수를 들고 임현도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임현도는 몸을 피해서 쉽게 피한 다음, 손을 들어 순식간에 남자의 목을 졸랐다. ‘빠르다.’ 남자는 안색이 급변했다. 몸을 피할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 다급해진 그는 오른팔을 들어서 막을 수밖에 없었다. “펑.”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렸다. “빠직.” 뼈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의 오른팔이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 통증으로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고, 카모플라주 잉크로 얼룩진 얼굴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말해, 누가 널 보냈는지.” 임현도는 여전히 평온한 눈빛으로 남자를 주시했다. 하지만 두 눈에는 벌써 한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개자식!’ 남자는 어설픈 화하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허벅지에 달린 총을 뽑으려 했다. 임현도는 일찌감치 남자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손끝에서 은 바늘이 번개처럼 뿜어 나와 남자 왼팔 사이로 들어갔다. 순간 남자의 팔은 신경이 끊긴 듯 감각이 없어지면서 힘없이 축 늘어졌다. “어떻게 된 거야?！” 남자는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임현도는 설명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남자를 향해 걸어가 저승사자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나의 질문에 대답할 기회가 두 번 더 있다. 방금은 손이었고, 다음은 두 허벅지가 될 것이다.” “꼴깍.” 목젖을 심하게 굴리는 남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과연 이 사람 앞에 공포의 존재는 무엇일까!’ ‘왜 소희연 곁에 이렇게 고수가 있는 거지?’ “말 안 해?” 임현도가 눈썹을 추어올리자 안색이 더욱 차가워졌다. “후후.” 남자가 입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곁눈질로 산자락 쪽을 힐끗 바라보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