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검은색 링컨은 오른쪽 전방 가드레일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임현도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머릿속은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운전대를 꽉 잡은 팔뚝에 핏줄이 불끈 솟았고, 불룩한 근육은 대리석 같은 무늬가 또렷했는데 핸들을 꽉 틀어쥐고 있었다. “끼익!” 차량의 오른쪽 차체가 가드레일을 스치며 커브를 돌자 심한 불꽃이 튀었다. 동시에 가드레일이 주는 반동력의 일부 덕분에 차는 균형을 되찾았다. “빵!” 그때 또 한 발의 총탄이 날아와 다른 타이어에 명중했다. 임현도는 눈빛을 반짝이며 급정거를 몇 번 했다. 이는 자동차의 고속 주행에서 차를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블랙 링컨은 마침내 멈췄다. 이때, 그들은 산꼭대기의 살인자로부터 불과 100ｍ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두 사람은 차 안에 가만히 있어, 금방 돌아올게!” 다급한 경고를 뱉은 후, 임현도는 차 문을 열고, 차 문의 엄호를 빌려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휙!” 그때 또 한 발의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날아왔다. 총알은 앞 유리를 정확히 명중해 깨진 흔적을 가중했다. 특수 제작된 링컨이 아니었다면 방탄유리와 특수 차체, 윈드실드와 연료탱크는 이미 상대의 화력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총알이 범인의 위치를 완전히 폭로했다. 임현도는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생기는 불꽃으로 정상 30°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높이 40m의 산꼭대기에 위장복을 입고 얼굴에 기름칠한 남자가 무거운 패럿 저격용 총을 들고 산 아래 검은 링컨을 겨누고 있었다. 온통 미채로 뒤덮여 녹색 식물을 엄호로 했기에 조금도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임현도의 까만 두 눈에는 매처럼 매서운 빛이 번득였다. 그는 순식간에 상대방의 위치를 확정지었다. 또 방탄유리에 뚫린 대구경 총알구멍을 통해 사정거리가 1000m가 넘는 12.7mm 구경의 총알을 장착한 배릿 저격용 총으로 판단했다. 강판은커녕 알루미늄 합금도 쉽게 뚫릴 정도의 위력이다. 방탄 차체가 적용된다고 해도 크게 못 버틸 것이다.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