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차가운 말 한마디가. 소희연의 심장을 쿡쿡 떨렸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도 씨, 나...” “자, 그만하고 여기까지만 데려다줘.” 임현도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희미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는 속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평온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소희연 역시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움켜쥐었다. 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더없이 조용하고 답답하게 변했다. 그러자 임현도의 냉랭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소희연 씨, 기사더러 여기 세워달라고 해. 나 내려야겠어.” 소희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임현도를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현도 씨, 정말 다시는 나 안 만나고 싶어?” 임현도는 멈칫했다. 그는 소희연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싫다' 라는 말이 쉽게 나올 줄 알았는데 목이 메었다. 그가 이 두 글자를 말한 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 전 그 일을 생각하면. 순간 가슴이 싸늘해져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 소희연의 마음이 갑자기 움찔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임현도는 소희연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잠잠해졌다. 그는 이제는 이 여자를 믿지 않을 것이다. 차 안의 분위기는 다시 조용하게 변했다. 한참 침묵이 흐른 뒤 이번에는 소희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래.” 임현도의 눈빛이 가볍게 반짝였고, 이어서 냉담한 대답이 나왔다.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무관심으로 둘 사이의 간격을 벌리려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빨리 영성을 떠나지 않을 거야.” 소희연은 심호흡하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 임현도가 말했다. 소희연은 다시 침묵했다. 이 모든 것이 옆에 있는 서인영의 눈에 보였고, 이내 그녀는 화가 나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 재수 없는 자식이 정말 너무 얄미웠다. 그야말로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삶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가씨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괘씸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