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장

“허유정?” 임현도는 소희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유정이를 알아?” “예전엔 몰랐어.” 소희연의 말투는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알게 됐지.”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허유정은 현도 씨랑 어울리지 않아.” 또박또박 들려오는 소희연의 쓸쓸한 목소리는 마치 신이 심판을 내리는 것 같았다. 영성에 오기 전에 이미 허유정을 자세히 조사했다. 이 여자는, 임현도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결혼해서 양다리를 걸쳤으니 절대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임현도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 말 한마디면 바로 그녀를 영성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어.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 장문수, 방금 일은 장문수가 사람을 보내 현도 씨를 상대한 거야.” 소희연이 말했다. 순식간에 냉기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서인영과 운전사는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임현도는 얼굴빛도 변하지 않고 말했다. “내 일은 소희연 씨가 관여할 필요 없어, 내 방식대로 해결할게.” “좋아, 그럼 난 끼어들지 않을게. 현도 씨, 우리 사이의 일에 관해 얘기하자.” 이 말을 하는 소희연의 말투가 갑자기 부드러워졌고 냉기가 사라졌다. “후.” 서인영과 운전기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의 카리스마는 정말 너무 무서워!’ ‘하지만 이 남자가 아가씨와 무슨 관계길래 아가씨의 카리스마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소희연 씨, 우리 사이에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임현도는 소희연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에 냉랭한 빛이 감돌았다. 임현도를 바라보는 소희연의 눈빛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따끔하게 아파졌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녀도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아름다움은 영원히 7년 전, 그 짧은 한 달 동안에 멈췄다. 이번 영성 방문은 임현도를 만나기 위한 그녀의 마지막 노력이다. 그 후 두 사람은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소희연의 싸늘한 눈동자에 어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