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소희연 씨, 왜 여기에 있어?” 임현도는 퉁명스럽게 소희연에게 물었다. 소희연은 이미 임현도의 이런 태도를 예상한 듯,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현도 씨, 아까 공항에서 현도 씨가 경찰차에 끌려가는 것을 보고는 기사더러 따라오게 했어.” “미안한데 난 너의 관심을 바라지 않아.” 임현도는 소희연의 호의를 거절했고 태도는 오히려 더욱 냉담해졌다. “그런데 오늘 공항에 나를 마중하러 온건 여전히 나에게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야?” 임현도의 차가운 태도와 달리 소희연의 말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너 때문에 온 게 아니야.” 임현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왔으니 됐어.” 소희연의 청초한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묻어났다. “휴.” 이 말을 들은 임현도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쌀쌀하게 말했다. “말 다 했어? 난 돌아가야 해.” “현도 씨, 잠깐만!” 소희연은 임현도를 불렀다. “아직 못다 한 얘기가 있으니 일단 차에 타.” “싫어.” 임현도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현도 씨,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이번에 영성에 온 것도 현도 씨를 위해서야. 나한테 한 번만 만회할 기회를 주면 안 돼? 내가 영성에 머무르는 기간은 기껏해야 반 달 정도밖에 안 돼. 너무 오래 방해하지 않을게.” 임현도를 바라보는 소희연의 눈빛에는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오래 머물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이만큼 밖에 없다. 반 달 후면... “희연 씨, 호의는 고맙지만, 보상은 사양할게.” 임현도의 쌀쌀한 말투는 소희연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소희연은 임현도의 차가운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눈동자에는 무정함과 차가움으로 충만하였다. 이 눈빛은 그녀의 마음을 찔러 아프게 했다. 소희연은 7년 전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추억은 그저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소희연 씨, 난 그만 가야 해.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