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연회장 안.
임현도의 한 마디에 순간 조용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저 자식이 뭐라는지 들었어?"
"그럼, 결혼식 취소한다잖아!"
"결혼식을 취소하다니? 자기가 뭐 크루즈 주인이라도 돼? 아니면 그 신비한 큰 인물인가?"
"내 생각엔 너무 급해서 헛소리하는 것 같아!"
"조씨, 말이 너무 웃기잖아, 하하, 안 되겠어. 나 좀 웃어야겠어..."
"허!"
허유정은 하찮게 웃어 보였다.
"임현도, 이런 말을 하는 너 자신이 유치하지도 않아?"
"전혀."
임현도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5분 뒤에 사람들이 정리하러 올 거야."
"그만해 임현도!"
허유정은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네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 한마디에 내 결혼식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그럴 능력이나 있어?"
"이제 4분 50초 남았어."
임현도는 시간을 세고 있었다.
"아!"
허유정은 분노가 차올랐다.
"너 이 자식, 이제 그만하지?"
그때, 장문수가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와이프가 착해서 너한테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를 주는 건데, 주제 파악 좀 해!"
"이게 기회를 주는 거야?"
임현도는 헛웃음을 쳤다.
"아니야? 너 같은 자식이 이런 연회장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장문수는 불쾌해서 말했다.
"그래?"
임현도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을 본 장문수는 순간 화가 났다. "네가 믿을지 모르지만 내 말 한마디면 너 영성에서 못 살게 될 거야."
"안 믿어."
임현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답했다.
"그래!"
장문수는 분노에 차서 숨을 들이켜더니 하객들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들도 보시다시피 이 자식이 너무 나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랑 제 와이프가 결혼식도 못 하게 하겠다고 했고요."
"그래서 제가 여기서 여러분들한테 부탁드립니다. 임현도가 영성에서 살아갈 수 없게 철저하게 매장시켜 주세요!"
"물론 그냥 부탁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 도와주신 분들은 혹시 나중에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절 찾아오셔도 됩니다!"
그 말을 할 때 장문수는 아주 호기로웠다.
영성 4대 가문 도련님이기도 했지만, 그의 결혼식이 비네스호에서 열렸기에 더 호기로울 수 있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으면 블랙님이 그에게 결혼 축하를 하러 오기도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바로 누군가 그의 말에 응답했다. "문수 도련님, 솔직히 저도 저 자식을 오랫동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제가 은행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도련님께서 말씀만 하시면 제가 저 자식 명의로 되어있는 계좌를 모두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영성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겁니다!"
"감사해요, 유 행장님 마음 잘 기억할게요."
장문수는 공수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번이야말로 장문수한테 잘 보일 기회라고 생각했다!
"저는 영성 통신사 대표입니다. 도련님이 말씀하시면 바로 임현도 이름으로 된 번호를 정지시켜 휴대폰을 쓰지 못하게 할 겁니다!"
"저는 영성 통신사 지사 대표입니다. 도련님이 말씀하시면 바로 임현도 이름으로 된 번호와 인터넷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영성 가스회사 주주입니다. 전 임현도가 평생 가스를 사용할 수 없게 할 수 있어요!"
"저는 수도회사..."
"저는 전력회사..."
"저는 지하철..."
순간, 모두 잘 보이려고 달려들었다.
허진숙은 가슴이 뭉클해 났다.
이게 우리 사위가 영성에서의 지위야!'
장문수는 턱을 치켜들고 임현도를 내려보며 말했다. "잘 봤어? 이게 날 건드린 결과야."
"허허."
임현도는 여전히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너!"
장문수는 너무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좋아, 아주 좋았어! 내가 지금 너한테 매장당하는 게 어떤 건지 보여줄게!"
김수아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문수 도련님, 그만하면 안 될까요? 오늘은 도련님이랑 유정이 결혼하는 기쁜 날인데 이런 일 때문에 기분 잡치면 안 되잖아요."
임현도는 순간 감동했다.
김수아가 자신의 신분을 알고 나서도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란 걸 생각도 못 했다.
허유정은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아야, 왜 저런 놈 때문에 사정하고 그래? 쟤가 얼마나 잘난 척하는지 못 봤어?"
"유정아, 난..."
"됐어, 그만해!"
허유정은 김수아를 말리고는 하객석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 빨리 저 자식을 매장시켜 주세요!"
"그럼요, 유정 씨."
모두 잇달아 알겠다고 답했다.
그들이 힘을 합쳐 임현도를 매장시키려고 할 때.
터벅터벅.
연회장 밖에서 갑자기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소총을 들고 검은색 갑옷을 입은 군인 수십몇이 연회장 문 홀에 나타났다.
그 소리에 하객들의 시선이 사로잡혔다.
뒤돌아보자
바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블랙군이었다!
블랙님이 이끄는 블랙군이었다!
그 말인즉 이 일이 이미 블랙님한테까지 전해졌다는 뜻이었다.
"문수 도련님, 언제 블랙님을 불러온 거예요? 우린 왜 몰랐죠?"
그때, 하객석에 있던 누군가가 물었다.
이곳에서 블랙군을 부를 힘이 있는 사람은 장문수, 문수 도련님밖에 없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
"네?"
장문수는 그제야 놀라웠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웃으며 말했다. "허허, 조금 전에 불렀어요."
왜 왔는지 모른다고 할 수 는 없잖아.'
하지만 블랙군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블랙님이 이 결혼식을 아주 중시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면 왜 여기 상황을 다 알고 블랙군을 보냈겠어!'
블랙님이 이미 내 실력을 인정한 것 같네!'
"자기 정말 대단해요!"
허유정은 너무 흥분해서 몸을 떨었다.
장문수가 오늘 또 허유정에게 큰 서프라이즈를 선물했다!
허유정은 임현도를 버리고 장문수한테 시집간 게 제일 현명한 선택이라고 자부했다!
그 광경을 본 허진숙 모자도 너무 흥분했다.
장문수가 뒤를 봐주면
이제부터 그들은 영성에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랙군을 본 김수아는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
망했어!'
"임현도, 너 조금 전까지 잘난 척했잖아?"
그때, 허유정이 뿌듯한 표정을 하고 임현도를 보며 말했다. "이제 블랙군까지 왔는데 더 할 말 있어?"
"내가 불렀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임현도는 입꼬리를 올리고 웃어 보였다.
"네가?"
그 한마디에 허유정은 너무 화가 나서 장문수를 보며 말했다. "자기야, 나 저 자식이 잘난척 하는 거 더는 보기 싫어요. 얼른 블랙군한테 말해서 저 자식 바다에 던져버리고 우리 결혼식 계속 진행해요."
"알겠어."
장문수는 뿌듯하게 웃으며 목을 축이고는 문 어구에 있는 블랙군을 보며 예의를 갖춰 말했다. "블랙군 형님들, 절 도와 난동 부리는 저 자식을 바다에 던져버려 주세요!"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블랙군들은 미동도 없었다.
"응?"
모두 멍해졌다.
장문수는 소리가 작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소리를 높여 다시 말했다. "블랙군 형님들, 절 도와 난동 부리는 저 자식을 바다에 던져 주세요!"
하지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소리를 쳤지만 블랙군들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그만 소리 질러."
그때, 연회장 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슉!
순간, 미동도 하지 않던 블랙군들이 두 갈래로 갈라지더니
검은색 겉옷을 입은 훤칠한 남자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남자는 구레나루가 하얬고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그 기세가 너무 대단해서 사람들을 숨 막히게 했다.
"블랙님입이다!"
모두 숨을 죽이고
블랙의 움직임과 함께 눈을 움직였다.
블랙은 아무 사람도 없는 것처럼 바로 임현도 앞에 걸어가서 멈추었다.
모두 심장이 덜컹했지만, 이내 꼴좋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장문수와 허유정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흥분했다.
블랙님이 직접 자신을 도와줄 줄 생각도 못 했다!
임현도 이 자식이 조금 전까지 블랙군을 자기가 불러왔다고 하지 않았어? 블랙님을 안다고 하지 않았어?'
모두 블랙이 어떻게 임현도를 혼낼지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블랙은 전혀 본 적 없었던 공경한 태도로
임현도를 향해 90도 인사했다.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