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송청아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이윤희의 얼굴이 먼저 어두워졌다. 청아가 언제부터 외부 사람들 앞에서도 이렇게 이성을 잃었단 말인가. 그간 가르쳐온 예절이 모두 헛수고였던가.
“청아야, 함부로 굴지 마라. 이 혼사는 원래 네 언니 것이었단다. 엄마가 너에게도 네게 어울리는 좋은 인연을 찾아줄 테니,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송청아는 그 말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강씨 가문은 운해 제일의 재벌이고 이 도시 안에서 강재혁보다 돈 많고 능력 있는 사내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녀는 강재혁을 수년간 짝사랑해왔고 친구들 앞에서도 자신이 결국 강재혁과 결혼하게 될 거라고 큰소리쳤었다. 결혼식 때 성대하게 초대하겠노라고 다짐했는데 지금 이게 뭔가. 모든 게 다 주다인의 것이 되어버렸다.
송청아의 눈가는 점점 붉게 물들었고 이윤희를 바라보는 시선엔 원망이 가득했다.
“엄마, 그럼 지금껏 제가 강 사모님 앞에서 보여드린 노력은요?”
이번엔 이윤희가 답하기도 전에 강재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송청아, 난 한 번도 너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 예전에도, 앞으로도.”
강재혁의 말투엔 분노는 없었지만 한 치의 여지도 허락하지 않는 위압감이 깃들어 있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만드는 단호함이었다.
그 말에 송청아는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입을 벌려 무언가 반박하고 싶었지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곧이어 강재혁은 느긋하게 시선을 이윤희에게 옮기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오늘 이 자리는 정식으로 다인 씨에게 청혼하러 온 자리입니다. 강씨와 송씨의 혼사는 20여 년 전 이미 정해진 약조이니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주다인의 귀에 또렷이 들어왔다. 주다인이 고개를 들어 강재혁과 마주친 순간,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윤희 역시 그의 태도에서 딸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이 말하는 차갑고 다가서기 어려운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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