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왜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오빠 뒤를 따라다녔잖아요! 엄마도 내가 시집가는 걸 허락하셨고요. 근데 왜, 왜 언니예요!”
“언니가 집에 들어왔으니 이젠 내 모든 걸 빼앗아야 하는 거예요? 이제는 내 혼사까지?!”
송청아의 격한 반응에 이윤희는 결국 나직이 꾸짖었다.
“청아야, 강 대표 앞에서 무례하게 굴지 마라.”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송청아는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날선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혹시... 혹시 처음부터 언니한테 이 혼사를 넘길 생각이었어요?”
그 순간, 강재혁이 천천히 눈을 들어 무표정하게 송청아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네 것이 아니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빼앗았다는 거지?”
그 말에 송청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주다인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옷장은 여전히 텅 비었고 그녀는 평소처럼 가장 단정한 차림을 골랐다. 깔끔한 흰 셔츠에 청바지, 머리는 느슨하게 묶고 화장기 없는 얼굴엔 은은한 생기가 돌았다.
주다인은 원래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는 단정하면서도 곱게 생겼다. 가늘고 긴 눈썹에 청초한 눈매는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그 자체로 눈길을 사로잡는 분위기를 지녔다.
적어도 강재혁은 이런 분위기를 꽤 좋아했다. 겉보기엔 차가워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지배하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를 말이다. 그런 여자가 자신의 품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아마도 아주 매혹적일 것이다.
강재혁의 목젖이 무의식중에 한번 움직였고 그녀는 그 시선을 모른 채 조심스레 다가와 입을 열었다.
“엄마, 무슨 혼사 얘기예요?”
그 순간, 강재혁의 눈썹이 가볍게 올라갔는데 그 눈빛엔 어딘가 묘한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지금 그 말, 정말로 모르는 척 하는 건가? 분명 자신과의 혼인을 이미 수락해 놓고선?
흥미롭군.
이윤희는 조심스럽게 설명을 시작했다.
“다인아, 이 혼사는 네가 아주 어릴 때 나랑 네 아버지가 강씨 가문과 약조한 약혼이란다.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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