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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송청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몰래 손을 꽉 움켜쥐었는데 너무 힘을 주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핏자국이 생겼다. 이윤희가 주다인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다인아, 엄마 따라와 봐.” 주다인이 이윤희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자 송청아만 혼자 아래층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질투의 불길에 휩싸인 그녀는 눈빛이 이글거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3층에 도착하자 이윤희는 신비로운 표정으로 자물쇠가 채워진 방문을 열었다. 주다인은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도 뜨거워진 것 같았다. 문이 열리자 이윤희는 기뻐하며 주다인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인아, 어서 들어와.” 방은 그녀가 세 들어 살던 집의 거실보다도 훨씬 컸다. 최고급 인테리어에 별도의 드레스룸을 두었고 침대, 책상, 카펫까지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그중 가장 주다인을 감동하게 한 것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가족사진이었다. 부모님이 두 살배기 주다인을 안고 찍은 사진이었다. 이윤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다인아, 이 방은 엄마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했어. 이제 정말 네가 돌아왔다니 너무 기뻐.” 가슴이 훈훈해진 주다인의 눈가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윤희는 다가가서 살며시 눈물을 닦아주었다. “다인아, 오늘부터 엄마가 제대로 보상해 줄게. 알았지?” 주다인은 고개를 숙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저를 받아줘서 고마워요.” 이윤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 넌 내가 낳은 자식인데 어떻게 싫어할 수 있어.” 그 순간,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송청아는 피가 날 지경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3층의 이 방이 주다인을 위한 것이었구나!’ 그녀는 송씨 가문에 20년 동안 살면서 이 방을 왜 잠갔는지 수없이 물어봤지만 이윤희는 번마다 얼버무리며 이 화제를 피했다. 가끔 혼자 3층에 올라와 오랫동안 있곤 했는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진짜 딸에게 남겨준 것이었다. 송청아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짜 딸이라 마땅히 차별된 대우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송청아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주다인은 그날 밤 3층 방에 머물렀지만, 눈앞의 이 환경을 보며 잘 적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값싼 파자마를 벗어 던지고 대신 고급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 누워 퀭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윤희가 방으로 돌아와 쉬려 할 때 송청아가 토끼 인형을 안고 그녀의 침대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청아야, 이제 다 큰 어른이잖아. 어린아이처럼 아직도 엄마 방에 와서 재워달라고 투정을 부리면 어떻게 해?” 송청아는 이윤희의 손을 잡고 그녀를 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언니가 생기니까 앞으로 저를 안 예뻐해 주실 거예요? 저도 제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요. 평소에 너무 잘해줘서 나 자신을 돌볼 줄도 모르잖아요. 앞으로 아빠와 엄마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저도 스스로를 잘 돌보는 방법을 배울게요.” 송청아의 말을 듣고 이윤희는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송청아와 20년 동안 함께 하면서 이미 친모녀 못지않은 감정을 가졌으니 말이다. ‘다인에게 보상해 주려면 청아가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 이윤희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청아야, 헛생각하지 마. 너와 다인은 다 나의 소중한 딸이야.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어. 우린 너희들을 차별해서 대하지 않을 거야. 네가 이렇게 철이 들었는데 엄마가 뭘 더 요구하겠어?” 송청아는 그제야 애교스럽게 웃으며 눈빛을 반짝였다. “엄마, 엄마가 저를 가장 아껴주는 걸 알아요.” 그러나 송청아의 두 눈에는 갑자기 사악한 기운이 스쳤다. 그녀가 어찌 주다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단 말인가? ‘네가 송씨 가문에 돌아오면 어쩔 건데? 송씨 가문 아가씨라는 호칭은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모든 사랑을 받을 거야.’ 다음 날 저녁, 주다인과 헤어진 심진우는 더는 연기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밤낮으로 클럽을 전전하며 즐겼다. 이날 밤 심진우는 두 번째 모임에 도착했다. 이미 취한 상태였지만 친구들은 그를 집에 보내지 않고 오히려 드림 나이트에 가서 계속 놀았다. 심진우가 환하게 웃고 있을 때 한 여자가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았다. 몸이 굳어진 심진우는 그 여자를 보자 눈빛이 흔들리며 아예 턱을 잡았다. “다인아. 네가 개처럼 나한테 용서를 구하러 올 줄 알았어. 진작에 이렇게 했다면 너에게 기회를 줬을 텐데! 우린 3년을 함께 보냈는데 내가 그렇게 무정할 리 없잖아?” 말을 마친 후 심진우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그 여자는 주다인으로 오해받아 화가 났지만 심진우가 키스하려고 고개를 숙이자 속으로 기뻐하며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나 몇 밀리미터를 사이 두고 입술이 닿기 전 심진우는 갑자기 동작을 멈추며 눈빛이 맑아졌다. 눈앞의 이 여자가 주다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 심진우는 혐오감이 들어 그녀를 홱 밀쳐버렸다. 무방비 상태에 있던 여자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심진우의 눈빛에는 노여움이 이글거렸다. “누가 너더러 다인인 척하라고 했어?” 여자는 억울한 척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우 오빠, 주다인 그년은 아무런 감흥 없이 무뚝뚝하기만 해요. 그년이 뭔데 감히 오빠를 차버려요? 제가 오빠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게요.” 이 말을 들은 심진우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지만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얼마 못 버티고 사과하며 화해를 구하러 올 거야.” 심진우는 주다인이 병원 일자리를 잃으면 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가난한데 일하지 않고 어찌 그녀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단 말인가?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한 푼도 적금하지 못했다. 여자는 그제야 먼지를 털며 일어나 다시 심진우의 품에 기대려고 몸을 가누었다. “그럼요. 우린 모두 주다인 그년이 돌아와 오빠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해요. 분명히 아주 비천해 보일 거예요.” 그러나 그녀가 심진우의 곁에 다가가기도 전에 그는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강재혁이었다. 지난번에 강재혁과 주다인이 함께 있는 것을 떠올린 심진우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주다인이 그와 헤어진 후 감히 강재혁과 만난다면 그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심진우는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뜻밖에도 드림 나이트에서 강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네요. 강 대표님도 이런 곳을 좋아하세요? 이곳은 제가 잘 알아요. 이제 강 대표님에게 좋은 여자를 소개해...” 심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재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 눈빛에 심진우는 겁을 먹으며 저도 모르게 말을 잠시 멈추었다. 강재혁은 쌀쌀하게 말했다. “심지우 씨, 누구나 당신처럼 좋은 여자를 놔두고 이런 볼품없는 사람들을 찾는 줄 말아요?” ‘좋은 여자를 싫어한다고? 혹시 주다인을 말하는 걸까? 역시 이 두 사람 사이엔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심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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