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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도련님, 제가 본부장님에게 얼른 보고하겠습니다. 도련님께서는...” “저랑 흥정할 생각하지 마요. 안 그러면 하엔 그룹 전부 망가뜨릴 거예요!”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하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 골든 빌라 지역의 모든 빌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특별히 디자인한 것으로 세라믹 타일 종류부터 나무 종류까지 다 각별히 신경 써서 고른 것이었다. 돈만 있다고 해서 아무나 살수 있는 곳이 아니였다. 이 시각, 하현은 베란다 소파 위에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하현의 맞은편에는 하엔의 현 본부장 하태규가 있었다. 태규는 하현의 삼촌이자, 자신의 기사를 불러 하현을 픽업해서 빌라로 데려오라고 시킨 사람이었다. 하태규, 하엔 그룹의 현직 오너.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평범해 보이는 이 노인네가 하엔 그룹의 일인자라는 실감이 나지 않을수도 있다. 이런 하태규 뒤에는 포스가 남다르고 눈빛이 날카로운 두명의 경호원이 서있었다. 여유로운 하현의 얼굴을 보며 태규는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현이, 전임 오너다운 포스는 여전하네. 우리가 안 본 지 3년이나 됐나? 너 더 잘생겨진것 같다야 ...” “삼촌, 빙빙 돌려 말 안 해도 돼요.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하현은 태규의 말을 끊으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하태규 뒤에 서있던 두 경호원은 하현의 태도에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오랫동안 태규를 섬기면서 그래도 안목이 많이 넓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천하의 하태규에게 이런 태로도 나오는 사람을 봤다. 감히 어디라고! 살기 귀찮아 진건가? 두 경호원은 하현을 독기있는 눈으로 바라보며 하태규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태규의 반응은 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얘들아, 얼굴 표정 풀어. 이분은 예전에 하씨 가문에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중요한 위치에 계셨던 분이야. 옛날같았으면 너희 둘다 죽었어." "어르신, 그래도 저 사람이 어르신한테 대하는 태도가..." 하태규는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 내 요구를 들어줄수만 있다면 방금 전 태도가 아니라 나에게 싸대기 두개를 날려준다고 해도 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어." "네?" 태규의 이 말에 두 경호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딱 봐도 가난해보이는 이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고? "하씨 가문을 억만조 그룹으로 거듭나게 만든건 저분의 힘으로 만들어낸 성과야." "뭐라구요?!" 두 경호원은 심호흡을 하면서 두 눈을 휘둥그래졌다. 말로만 듣던 그분이다! 하씨 가문에서는 함부로 언급하지 못하게 금지되어 있던 이름의 소유자, 그분! "그만 나가봐." 두 경호원이 자리를 뜬후에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할말 있으면 빨리 해 보시죠. 질질 끌지 마시고." 태규는 어두운 얼굴로 하현에게 말했다. "현아, 지금 하씨 가문은 니가 필요해. 제발 집으로 돌아와 내 자리를 대신해서 이번 위기를 대처해다오," "관심없어요." 하현은 차갑게 냉소했다. "그게 안된다면, 혹시 나한테 1조 정도 빌려줄수 있니?" 거절당한 하태규는 부탁 사항을 바꿔봤다. 하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1조? 차라리 은행을 털지 그래요?" 하현의 비아냥에 하태규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계속하여 말했다. "나도 어쩔수 없어서 그래. 지금 하씨 가문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어. 너가 와서 내 자리를 대신하거나 아님 1조 빌려줘. 둘중 하나는 들어줘야 해. 너가 그렇게 해준다면 전화에서 제시한 요구사항은 내가 전부 들어줄수 있어." 하현은 태규를 깊이 바라보다 난처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삼촌의 마음은 알겠는데 문제는 그런 큰돈을 제가 어디서 구합니까?” “현아, 너 진짜로 우리 집안이 쫄딱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네 해외 계좌에 1,000조도 넘게 있다는걸 알고있어. 네가 가진것 중에서 아주 조금만 베푼다고 해도 너는 하엔을 살릴 수가 있어!” 태규는 너무 다급한 나머지 눈까지 빨개졌다. “사람은 근본을 잊어서는 안돼! 네가 어디 출신인지 잊지마!" 방금전까지만 해도 미소를 머금고 있던 하현은 이 소리에 표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제가 근본을 잊었다구요? 삼촌, 3년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지, 제가 일깨워줘요?" “제 손으로 하씨 가문을 다시 정상의 위치에 올려놨어요. 또 하씨 가문을 전국 TOP10에 드는 초대형 재벌 가문으로 만들어 놨구요!" "하지만 가장 관건적인 순간에, 당신네들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요?" "저는 그래도 한때 집안에 큰 공헌을 했던 사람인데, 나쁜 놈 취급을 받으면서 쫓겨났잖아요. 근데 지금 저보고 근본을 잊으면 안된다고 하다니. 웃기지 않아요?" "몇년 동안 제가 뼈 빠지게 일해서 집안을 위해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지 그래요? 삼촌은 제가 번 돈과 수익을 알차게 쓰시고 결국엔 저를 인정하길 거부하셨잖아요." “지난 3년간 다른 집 데릴사위로 살았어요. 제가 지독히도 불행한 삶을 살아올때 하씨 가문 사람들은 또 뭘했는데요? 삼촌은 저를 만나러 오시지도, 도와주시지도 않았잖아요.” “만약 지금 하씨 가문이 큰 위기에 닥치지 않았더라면, 삼촌은 여전히 이전의 후계자인 저를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하현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태규의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그리고 그는 이내 잘못을 인정했다. “현아, 우리가 잘못했어. 우리가 사과할게. 진심으로 너의 용서를 빌게... 하지만 중요한건 먼저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거야. 내가 지금 여기서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지금 이 시간부로, 니가 하엔 그룹의 대표야!” 비록 하엔 그룹은 하 씨 가문 산하의 제일 큰 기업은 아니었지만, 잠재력이 가장 큰 기업이었다. 하엔은 엔젤 투자에 집중했고 서울 전체에 퍼져있는 수많은 회사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수많은 신제품과 새로운 프로젝트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핫루키인지라 하태규가 이렇게 흔쾌히 자리를 내놓을줄은 몰랐다.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하현은 잠시 고민도 그만. 아침에 당한 굴욕을 떠올리며 하태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솔직히 하현은 하씨 가문의 일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엔그룹을 수중에 넣지 않는다면 개나 소나 하현의 머리 꼭대기위에서 똥싸고 싶어하니 그것 또한 참기 어려웠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 너는 그냥 내일 회사에 가서 서류에 서명만 하면 돼. 그리고 니가 요구한 프라하의 장미들도 준비해둘게...” 태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하현이 재기하지 않는다면, 하씨 가문은 부도까지는 나지 않더라도 심하게 추락할게 분명했다. 하현은 태규의 말에 가볍게 웃기만 했다. 만약 태규가 그런 사소한 일도 처리하지 못했다면, 그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슈트 좀 빌려주세요.” 하현은 떠나려 하다가 소파 위에 놓여 있는 새 슈트를 발견하고 눈이 반짝였다. 저녁에 하현은 대학 동기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마땅히 차려입을 옷이 없어 초조해 했다. 그렇다고 당장 사러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하현은 태규에게서 빌리기로 했다. “어, 빌리고 말고 할게 어딨어. 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가. 아르마니에서 준 선물인데 가격표도 아직 뜯지 않았어.” 태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싼 슈트이긴 했으나 1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엔의 본부장이 어찌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쓸수 있겠나? 하현은 별다른 생각이 없이 재빨리 그 슈트로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향했다. 그러다 하현은 자신의 신발을 힐끗 내려다 보더니 뒤돌아서서 태규의 신발장을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태규는 발 냄새가 심한 듯했다. 슈트는 새것이니 괜찮았지만 신발은 삼촌의 신발을 전혀 신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냥 자기 슬리퍼를 그래도 신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현은 동기 모두 오늘 밤 모임에 참석한다고 들었다. 대학시절 소문난 미인 김겨울도 참석할거라고 들었는데 하현은 은근 기대가 되기도 했다. … 빌라 동네를 떠난 후, 하현은 휘파람을 불며 낡은 스쿠터에 올라타 플래티넘 호텔로 향했다. 거기서 모임을 진행할 예정인데, 하현은 너무 느리게 가면 자신이 지각할까 봐 걱정됐다. "뚜——" 이때, 어디선가 갑자기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포르쉐 한 대가 하현 옆에 딱 멈추더니, 자동차의 창문이 천천히 내려졌다. 하현은 장모님이 선글라스를 벗고 빨쭘해진 자신을 차갑게 쳐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비록 최희정은 하현의 장모였지만, 그녀는 외모와 건강 관리를 철저하게 한 덕분에 30대 여성처럼 우아해 보였다. 그녀의 외모는 은아와 비슷한 아름다움이 묻어있었다. 그러나 희정은 다음 순간 하현을 바라보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 슈트 어디서 났니?” 하현이 설 씨 집안에 데릴사위로 있던 3년 동안 가장 무서워했던 사람이 바로 희정이었다. 질문을 받은 하현은 얼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어머님, 친구한테서 빌렸어요...” “오? 너한테도 친구가 있긴 있어?” 희정은 피식 냉소했다. 그리고나서 말했다. “누가 오늘 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누군가가 이미 나에게 말했어. 감히 이준씨한테 도발하다니! 너는 무능한 루저일뿐이니, 오늘 밤 그냥 집에 돌아가서 짐이나 싸도록 해. 그리고 내일 이혼 합의서에 서명해. 걱정하지 마, 위자료는 내가 지급할게.” 하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어머님... 저는 진심으로 은아를 사랑해요. 저는 은아 없이 못 살아요...” 이 말을 들은 희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날 어머님이라고 부르지 마. 내 팔자에 너 같은 사위는 없어. 정말 네 어머님이라고 인정하는 날에는 우리 집안 조상님들이 묘지에서 벌떡 일어나 반대할지도 몰라. “그리고 너 내 딸을 사랑한다고 그러는데, 뭘 어떻게 사랑하겠다는거야? 병신같은 사랑을 퍼주겠다 이거야? 니까짓게 집안일 빼고 할줄 아는 게 뭔데? 지난 3년 동안 네가 내딸의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한거는 알고 있기나 해?” “아까 이준이가 나한테 전화했어. 내가 은아와 자기의 결혼을 허락해주기만 한다면 결혼 예물로 십억 원을 주겠다더라. 그게 얼마인지 너는 알기나 해? 뒤에 0이 몇개 붙는지도 너는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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