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3장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킬러의 마스크를 확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독주머니를 꺼내 던지고 그녀의 손에 든 총도 걷어찼다.
그러자 청순하고 앳된 얼굴이 하현의 눈앞에 드러났다.
스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에 오기로 끓어오르는 억척스러운 눈빛이었다.
소녀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자살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독살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말해 봐. 도대체 누구야? 누가 당신을 보냈어?”
하현이 냉엄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소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은 채 죽이든지 살리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양유훤이 다가와 잠시 소녀를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내 추측이 맞다면 남양에서 가장 유명한 킬러 조직인 남해궁에서 왔겠군.”
“당신은 오늘 하현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날 죽이러 온 거야.”
양유훤의 말에 소녀는 무심코 양유훤을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치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당신을 사주한 사람은 양 씨 가문일 거야.”
“어쨌든 내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뒤 양가백약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기념일에 맞춰 오픈한다면 양 씨 가문 입장에선 아주 창피한 일이니까.”
“그래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
“날 죽인 다음 당신의 임무는 아마도 양가백약의 조제법을 손에 넣는 거겠지, 안 그래?”
양유훤이 속을 훤히 내다본 듯한 말을 하자 눈 밑이 살짝 요동치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죠?”
소녀는 너무나 놀랐다.
양유훤이 한 말이 그녀의 임무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신분도 꿰뚫어 보았을 뿐만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미리 일러준 것처럼 임무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
“물론 양 씨 가문 쪽 사람이 나한테 알려줬지.”
“양가백약 조제법을 아예 없애버릴까 봐 두려웠던 거지. 그래서 그들은 이런 일을 벌여 날 협박하면서 내 입을 막으려고 했던 거야.”
양유훤은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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