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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3장

만천기는 손을 흔들며 흥분한 자신들의 동료와 부하들을 제지했다. 그 후 그는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하현을 바라보며 낭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현...” “미안해. 잘못했어.” “내가 눈이 멀었나 봐.” 사과를 하는 것인가? 만천기가? 얼굴이 창백한 채 벌벌 떨면서도 진심으로 사고하는 만천기를 본 백효단은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온몸으로 충격을 받았다. 만천기 같은 인물이 하현에게 머리를 숙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설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사실이란 말인가? 전화 한 통에 천하의 만천기가 잘못을 빌어? 자신이 철석같이 믿고 의지했던 인물이 무릎을 꿇자 백효단은 말 그대로 눈앞이 아찔했고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잘못했다고?” 얼굴이 창백해진 만천기를 보며 하현은 예의 그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하현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만천기는 난처한 듯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당신이 용서를 해 준다면 내가 완전히 새로 태어난 것처럼 살게.” “지금부터 다시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 말을 하는 동안 만천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왼손을 스스로 부러뜨렸다. “따각!” 낭랑하고 몸서리치는 소리가 울렸고 만천기의 손목을 그대로 꺾여 버렸다. 하현이 용서해 준다고 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만천기는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현이 손을 쓸 지경이 되면 그땐 모두 쓸모없는 짓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만천기에게는 시선을 두지도 않고 루돌프 일행에게 어서 설은아를 데리고 병원을 옮기라고 했다. 자선병원과 백효단 일행은 당연히 누군가가 알아서 혼쭐을 낼 것이니 하현은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설유아는 그제야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 “형부, 방금 정말 깜짝 놀랐어요.” 설유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자 볼록 솟은 가슴이 덩달아 요동쳤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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