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장
그동안 하현과 하 씨 가문은 서로 화목했다. 그가 1조 원을 날린 뒤 하 씨 집안은 그를 찾지 않았고, 하 씨 그룹에 투자했던 일부 인사들도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다.
원래 하현은 자신과 하 씨 집안이 더 이상 어떤 관계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뜻밖에도 하 씨 가문의 사람이 찾아왔다.
“당신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나와 하 씨 가문은 이미 관계가 없어. 서울은 지금 내 구역이야. 만약 내 그릇에서 살을 베고 싶다면 나는 혈육관계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나를 탓하지 마.”
하현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싸늘한 눈빛이 가득했다.
……
이튿날 아침 일찍 하현은 식당에서 은아를 만났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 은아는 지금 하현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서 아예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
하현은 하 씨 집안 일이 설 씨 집안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때 설은아와의 관계가 냉랭해진 것도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
같은 시각.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지구.
새 벤틀리에서 귀족 같아 보이는 중년 여인이 걸어 내려왔다.
그녀의 뒤에 희끗희끗한 얼굴 빛을 띤, 딱 봐도 허약한 남자는 지금 흥분한 표정으로 따라 내려왔다. 비록 그는 지금 약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지만 이 순간에도 억지로 몸을 곧게 세우려고 했다.
“자기야, 여기가 바로 하엔 그룹 빌딩이야. 박시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눈동자 안은 온통 뜨거운 빛이었다. 오늘부터 이곳은 바로 자신의 것이다.
하선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주와는 비할 수 없지만 이런 작은 곳에선 이런 회사도 괜찮은 편이에요. 시훈씨 올라가 보세요. 보직 서류가 있으니 이 회사는 이제 당신 거예요.”
“자기야, 여전히 나를 가장 사랑하는 구나. 안심해. 내가 이 일을 예쁘게 처리 해줄게.”
박시훈은 흥분했다. 오늘 하엔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기다 관건은 하선미가 자신과 함께 가지 않고 혼자서 가게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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