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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장

하현은 덤덤하게 웃으며 미쳐 날뛰는 건후를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떠날 준비를 했다. 하현의 움직임을 보자, 건후는 앞으로 가 하현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자, 자, 얼른 돈 내놔! 안 그러면 내가 당장 널 신고할 거야!” 뒤에 있던 다윤은 마음이 조금 약해져 말했다. “하현, 정말 돈을 꺼내지 못하겠으면 내가 빌려줄 수 있어.” 하현이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는 걸 보자, 그녀는 상당히 마음이 약해졌다. 하현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직장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여태까지 침묵하고 있던 서연은 드디어 이해가 됐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하현의 이전 선배이고, 여자는 하현의 옆자리에 앉던 동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선배라고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나? 서연은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막무가내예요? 분명 당신이 우리를 들이받았는데, 왜 우리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겁니까?” 건후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나는 이미 충분히 논리적으로 말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현 같은 사람이랑 어울려 지내는 거예요? 이런 쓰레기를 따라다녀서 좋을 게 뭐가 있는데요? 밖에 나갈 때마다 전기 자전거 밖에 못 타는데? 그것도 공용 전기 자전거!” 건후는 한껏 조롱했다. 하현의 공용 전기 자전거 앞에서, 그가 대출 받은 승합차는 정말 큰 우월감을 안겨줬다. 쓰레기? 쓰레기가 어떻게 중요한 순간에 날 구할 수 있었겠나? 쓰레기가 내가 병원 부원장이 되게 도와준다고? 쓰레기가 서울 종합병원의 뒤에 있는 대주주를 굽신굽신거리게 만든다고? 서연이 무어라 말하려던 이때, 서울 호텔 로비에서 유니폼을 입은 여자 한 명이 구두를 신은 채 걸어 나왔다. “저 사람은 서울 호텔 홀매니저 아니야?” “호텔 측에서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는 없나 보네. 이런 사소한 일도 저 사람들 장사에 영향을 끼치나 봐.” “이 자식은 이제 끝났어. 경비원이든 설거지 직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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