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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장

은아는 눈앞에 공손하게 있는 지용을 보고 의아했다. 지용이 왜 자신한테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하현 때문인가? 문제는, 그렇다고 지용이 하현 앞에서 특이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보아하니 자기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우지용이 이러는 건, 아마 설씨 집안 때문이겠지? 은아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하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조금 전에 내 아내를 때린 사람이 있는데, 내 아내랑 아내 절친들을 더럽히려는 자도 있었어. 심지어 나보고 무릎 꿇고 여기서 기어나가라는 자도 있었지…” “쳇.” 하현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지용은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하지만 하현의 경고하는 눈빛을 보니, 그는 무릎을 꿇지도 못했다. 하현은 아주 조용히 지내는 사람이라 그의 신분을 폭로하면 죽을 운명이라는 백범의 분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깊게 한숨을 들이쉰 후, 지용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현 씨, 설은아 씨, 안심하세요. 이번에는 모두 제 잘못이니, 제가 해명을 하겠습니다…” 말을 끝마치고, 지용은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재욱과 홍빈을 노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 둘은 여기서 기어나가. 내 명령없이 일어나는 사람은 죽는 거야…” 재욱과 홍빈은 순간 몸을 떨며 잠깐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지용은 한 발씩 두 사람을 걷어차 엎드리게 만든 후 쌀쌀맞게 말했다. “말귀 못 알아먹었어?” 재욱은 싸늘한 눈빛을 보냈지만, 지용은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잔말없이 고개를 숙여 천천히 홀 입구를 향해 기어갔다. 오늘밤은 이미 글러서 남아있는 것도 자신을 망신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홍빈은 고개를 들어 앙심 품은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며 독살스럽게 말했다. “하현, 설은아,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늘의 원한을 꼭 갚아줄 거야!” 우지용에게 복수할 배짱은 없었지만, 하현에게 복수하는 건 무조건 할 수 있었다. 하현이 웃었다. “백씨 집안 진짜 대단하다.” “퍽!” 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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