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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장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지용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멍청하지 않아서, 마스크를 끼고 링 위로 올라간 남자가 수정과 무슨 특별한 사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눈치챘다. 원래 그는 수정을 손에 넣을 기회가 아예 없었으나, 이제 그는 희망이 보였다. 이 생각을 하자, 지용을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 한 통을 보냈다. 그런 다음 그는 수정을 곁눈질하며 힐끗 쳐다보았다. 예상대로라면, 이 여자는 오늘 밤 자신의 집에 누워있을 것이다. ...... 링 아래에서, 백범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링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하현은 미친 것 같았다. 지용을 직접 찾아가 말을 나누는 것도 이런 상황보다는 훨씬 더 좋았다. 지금 이 상황을 봐서는, 하현은 죽음의 죽 자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듯했다. ...... 링 위. 하현은 무심하게 흰 붕대를 가져와 자신의 팔에 감았으며,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편, 그 권투 선수는 웃을락 말락 하현을 주시하고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내가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싹싹 빈 다음 제 발로 링에서 내려갔을 거예요. 어쨌거나 내 두 주먹은 장난하는 게 아니라, 손을 뻗게 되면 가벼움과 무거움을 조절할 수 없게 돼요. 잘난 척하려고 하다가 나한테 죽도록 얻어맞으면 억울하지 않겠어요?” 하현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권투 선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권투 선수의 미소가 사라지고, 뒤이어 두 다리가 힘 있게 뻗어 나오더니 그가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현은 왼쪽으로 가볍게 움직여 스트레이트 펀치를 피했는데, 결국 이 선수가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에 빠르게 다시 다리를 접지 못해 하현을 빗겨 나갔다. 하현의 얼굴은 싸늘해 보였다. 그 선수가 치명적인 빈틈을 보인 순간, 하현이 오른손으로 훅 펀치를 해 상대의 얼굴을 날렸다. 거대한 힘이 충돌해와 그 선수는 자신의 이가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그는 몸을 제어하지 못한 채 뒤로 날아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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