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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침에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손윤서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계약 직전이던 프로젝트 몇 개가 갑자기 취소되었고,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마저 연장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사 결과, 협력을 거절한 기업들은 대부분 강주 상회와 연관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기업이 동시에 대진 그룹을 거부하면 생길 결과를 생각하니 손윤서는 소름이 돋았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약 10여 개인데 겨우 3개월 더 버틸 수 있을 뿐이다. 3개월 후, 그룹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빈 껍데기로 전락할 운명이었다. 손윤서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오랜 고민 끝에, 그녀는 마침내 그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 손윤서는 어딘가 딱딱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오 회장님, 저는 대진 그룹의 손윤서입니다. 갑작스럽게 연락을 드려 죄송합니다.” 손윤서의 연락을 예상했던 오성후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손 대표님,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압니다. 하지만 귀사 문제는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 앞으로는 연락하지 마십시오.” 이런 반응에 손윤서는 할 말을 잃었다. “오 회장님, 혹시 무슨 사정을 아시는 건가요? 자세한 이유를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대진 그룹은 누구에게도 잘못한 적이 없고 지난 몇 년간 강주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제 체면을 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없을까요?” 손윤서도 상회에 가입했으므로 오성후는 공적이나 사적으로 모두 방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성후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했고 목소리마저 차가웠다. “손 대표님, 자존심이 지나치신 것 같군요. 나에겐 당신에게 줄 만한 체면 같은 건 없어요. 덧붙여 알려줄 게 있어요. 상회 내부에서 이미 투표가 진행 중인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대진 그룹은 강주 상회에서 제명될 거예요.” “왜요?” 손윤서는 숨이 가쁘게 목소리를 높이며 연이은 변고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머리를 굴렸다. 지난 기간 동안 대체 누구에게 잘못을 저질렀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오성후는 그녀의 추궁에서 벗어나려는 듯 힌트를 던졌다. “손 대표님, 지난 3년간 회사가 지나치게 순조롭게 성장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세요. 손 대표님 혼자만의 힘으로 그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알려드리죠. 대진 그룹이 이 지경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뒤에서 누군가가 장애물을 제거해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 그 후원자는 더는 당신 편이 아니군요.” 뚝뚝... 전화가 끊어진 소리를 들으며 손윤서는 멍한 표정으로 오성후의 말을 되새겼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오성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대진 그룹 창립 이후 지금까지 모든 일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순조로웠다. 단지 손윤서가 그 사실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게 어떤 배후 세력이 있었던가? 이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나는 정말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잖아.' 그녀 곁을 지킨 이라면 어쩌면 진태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절대 진태웅일 리가 없어!' 3년 동안 그가 한 일이라고는 잡다한 가사뿐이었다. 그런 무능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신우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윤서야, 일은 다 알고 있어. 너무 조급해하지 마. 내가 방법을 같이 생각해줄게.” 손윤서를 자신의 투자 대상으로 삼은 신우빈은 그녀의 최근 상황을 늘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오랫동안 손윤서의 육체를 탐해왔다. “내 손에는 많은 클라이언트가 있어. 내일 저녁 양씨 가문에서 자선 경매를 열 거야. 이 기회를 잘 활용해 관계를 뚫고 회사 운영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해.” 신우빈은 마치 단비처럼 손윤서에게 강력한 안정감을 주었다. 만약 진태웅이였다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고마워요. 우빈 씨. 이 일이 해결되면 꼭 제대로 보답할게요.” 손윤서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 솔빛 아파트 부근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곳은 경치가 아름다워 강변에는 낚시를 즐기는 노인들이 많았다. 진태웅은 그늘진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벌써 대낮부터 앉아 있던 참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진태웅 씨가 이런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많이 잡으셨나요?” 저녁이 가까워지자 양지안이 보내준 주소를 따라 찾아왔다. 그녀는 재빨리 물고기 보관용 통을 살폈지만 않은 텅 비어 있었다. 인사를 나누자 진태웅은 낚싯대를 말았다. “옛말에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고 했죠? 이 강엔 물고기가 없는 모양이에요. 다음엔 오지 않을 거예요.” 진태웅이 진지하게 변명하던 순간 옆에서 낚시하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소리쳤다. “잡혔다. 이거 적어도 1kg은 넘을 거야! 저녁 반찬 걱정 끝이구먼!” 말을 꺼내는 중, 할아버지는 슬쩍 진태웅을 흘겨보며 눈짓으로 말했다. “젊은이, 실력이 아직 부족한 모양이군.” 양지안은 이 장면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 “물이 맑은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낚시에는 미끼가 필요하죠.” 텅 빈 낚싯바늘을 바라보던 진태웅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런가요?” “다음에 시간 나면 같이 낚시해요. 지금은 먼저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기다리실 거예요.” 양지안은 더는 놀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태웅은 낚시도구를 정리하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산에서 기른 그의 낚시 습관은 진정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호화로운 롤스로이스 컬리넨에 탑승한 양지안은 서류 봉투를 꺼내 진태웅에게 건넸다. “꽤 그럴듯하게 만들었네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가짜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예요.” 진태웅이 감탄하며 말했다. “당연히 진짜 같아야죠. 할아버지한테 절대 들키면 안 돼요. 안 그랬다간 정말 큰일 나요.” 양지안이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이 일을 위해 그녀는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트렁크에는 명품 주류와 고급 보양식으로 가득 찼다. 양로원 입구에 도착해 선물들을 꺼내던 양지안은 텅 빈 오른손으로 자연스럽게 진태웅의 팔을 끼며 가까이 다가붙었다. 양지안의 지나치게 친밀한 동작에 진태웅은 조금 어색해졌다. 하지만 여자 쪽에서도 아무 말이 없는데 진태웅이 너무 어색해하기도 뭐해, 마음속의 동요를 억누르며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2층 병실은 오늘 유난히도 활기가 넘쳤다. 이 큰 경삿날을 위해 양정국은 특별히 병원 측에 방 하나를 마련해 진태웅을 초대했다. 방 안에는 양도형 외에도 아름다운 부인이 한 명 있었다. 양지안의 어머니 은미숙은 마흔이 넘었지만 피부 관리가 잘 되어 있고 풍만한 몸매에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딸의 혼사가 어느 정도 결과가 보이자 은미숙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놓고 이제 사위의 도착을 기대하고 있었다. “제수씨, 진짜 잘 생각해봐야 해요. 이건 지안이의 평생이 걸린 일인데 절대로 함부로 결정하면 안 된다고요! 그 진태웅이라는 사람이 의술은 뛰어나고 아버지를 구하기까지 했지만 이혼한 남자예요.” “게다가 지안이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아버지가 흐리멍덩하셔서 그런 결정을 내리셨어요. 제수씨까지 따라서 잘못된 결정을 하면 안 돼요!” 어제 돌아간 후, 양도형은 진태웅의 신상을 조사해 보았는데 그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니란 말인가! 양도형이 계속해서 동생을 설득하려는 순간 귓가에 휙 하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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