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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진종수를 시... 시켜서 못살게 굴었어.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했는데 진종수가 나한테 너를 좋아하게 됐다고 할 줄은 몰랐어...” “처음엔 분명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애였는데... 갑자기 너를 좋아한다고 하니 너무 짜증났어...” “그날 옥상으로 데려간 것도 작정하고 데려간 건 아니었어. 그냥 임신했다는 소식 듣고 너 놀라게 해 주고 싶었거든... 근데 이걸로 네가 갑자기 유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정말 너를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흑흑.” 처음에는 자기 행위를 미화하던 한여름은 말하면 할수록 몸속의 한기가 다시 돌아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실을 얘기한 뒤로 그 한기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도 느꼈다. 자기가 한 말을 다른 사람이 들을 일도 없다는 생각에 한여름은 악귀를 달랠 생각에 시름 놓고 자기가 했던 생각과 나쁜 속셈들을 전부 털어놓았다. 이를 강가을은 옆에 서서 무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비록 전에 환상에서 한여름과 김여름의 대화를 들었고 원영과 한여름의 잃어버린 영혼 한 겹에서 그들의 정서를 느꼈지만 그 정서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 수는 없었다. 한여름의 ‘참회’를 듣고도 강가을은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아무 죄 없는 학생을 괴롭히는 건 한여름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짓이었다. 한여름이 얘기도 이제 끝이 난 서 같아 강가을은 손을 휙 저어 제등을 손바닥으로 끌어와 작은 병에 담았다. 한여름은 강가을이 선보인 도술을 보며 원망이 담긴 눈길로 이렇게 말했다. “이러면 김여름의 원혼이 다시는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는 거지?” 강가을이 한여름을 힐끔 쳐다보더니 대충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래, 약속할게.” 김여름이 죽은 것도 아닌데 오늘 일이 없더라도 김여름의 ‘원혼’이 다시 그녀를 찾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재수 없지는 않을 거라고 약속해야 해.” 전에 차 사고가 났을 때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차 사고로 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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