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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강씨 가문 저택, 해성시 중심에 위치한 스카이 별장은 해성시 최고의 부자 동네이다. 금싸라기 땅임에도 불구하고 별장의 대부분은 식물로 채워진데다 인공 호수, 거금을 들여 깎은 가산도 보였다. 별장의 경비원들은 전역한 특전사 출신들에 분양 시 전 재산 증명서부터 요구하는 이곳이 바로 해성시 최고 재벌들이 모여사는 곳이었다. 해성시 사람으로서 한가을도 당연히 이곳을 알고 있었다. 한성태가 한때 그렇게도 사고 싶었던 집이기도 했다. 이 동네 주민이 된다는 건 최고의 재벌들과 이웃이 된다는 걸 의미하고 그렇다면 자기도 최고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검은색 차량들이 줄지어 별장 대문을 넘어 광활한 잔디밭을 지나 4층짜리 별장 앞에 멈추었다. 차에서 내린 강현우와 한가을과 달리 이수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친한 사이인 것 같던데 두 사람은 별다른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헤어졌고 마이바흐 행렬은 동네 더 안쪽으로 향했다. “수현이 집이 바로 저기거든. 다음에 시간 나면 정식으로 가보자.” 간단한 설명을 마친 강현우는 한가을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유럽식 인테리어의 별장 정원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럭셔리한 곳인지 그대로 느껴졌다. 화려한 정원을 지나 현관을 넘어 거실로 들어가니 소파에 모여앉은 강씨 가문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가을은 오는 동안 들었던 강현우의 설명을 되새겨보았다. 그녀의 예상대로 강현우는 정말로 해성시 4대 기업 중 하나인 강성 그룹 일원이었다. 회장 강성진은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고 재작년 강 회장이 건강 문제로 은퇴한 뒤 강성 그룹은 첫째인 강기태가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차남 강기우는 젊었을 때 날려주던 가수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회사를 창립해 지금은 국내 최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잡았다. 삼남 강기성은 강성 그룹의 부대표로서 그룹의 굵직한 지사들을 맡고 있다. 그리고 고명딸 강기연 역시 혼자 힘으로 세계 최고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이토록 훌륭한 사남매는 이상하리만치 아들 복이 많아 둘째 강기우의 막내딸과 강 회장 부인이 인정한 수양딸 안서우를 제외하곤 전부 아들을 낳고 말았다. 모든 친척이 모인 자리, 한가을과 강현우가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의심, 호기심, 경멸 또는 작은 불만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인 광경이었다. “할아버지.” 지금까지 개구진 모습을 보여주던 강현우는 의외로 점잖은 목소리로 강성진을 부르더니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 아이가 바로 가을이입니다.” “가을아, 할아버지라고 불러야지.” 강현우가 한가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가장 상석에 앉아 인자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는 노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비록 관상술에 능한 건 아니었지만 노인은 환한 눈빛, 넓은 이마, 뚜렷한 눈썹, 높은 콧대 등을 보아하니 전형적인 자기 주장이 강한 타입의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한가을은 고분고분 말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 강성진이 대답했다. “그래,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됐어. 이제부터 넌 강가을, 우리 강씨 집안의 자식이다. 그 누구도 널 건드릴 수 없을 거야.” 강현우는 그의 옆에 앉은 강기태를 가리켰다. “이쪽이 아버지셔.” 한가을, 아니 강가을의 시선이 또 움직였다. 전체적으로 온화해 보이는 강성진과 달리 강기태는 차가운 느낌이 더 강했다. 날렵한 턱선과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젊었을 때 상당한 미남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한 대표랑은 다르네.’ “아빠.” 아빠라는 소리에 굳게 다물고 있던 강기태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기분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강기태는 한참을 침묵하다 대답했다. “그래.” 이어서 강현우는 집안 친척들을 일일이 소개해 주었다.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와 사촌 오빠를 제외하고 전부 한 자리에 모인 듯했지만 그 어디에도 그녀의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강현우는 그녀가 납치당한 뒤 그녀의 어머니 혼자 납치범들의 추적하다 불의의 사고로 바다에 빠졌고 지금까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수 없는 강가을 대신 강기우의 아내인 김영애가 먼저 나섰다. “가을아,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숙모가 네가 지낼 방 다 청소해 뒀어. 일단 보고 인테리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하고.” 강성진은 워낙 보수적인 타입이라 출가외인인 막내딸을 제외하고 세 아들과 모두 함께 살고 있었다. 강기우의 아내이자 둘째 숙모인 김영애는 40대의 나이에도 불구 하고 얼굴도 몸매도 상당히 관리가 잘된 모습이었다. 3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를 걱정하는 말투와 허영심으로 가득찬 관상이 엇박자를 이루어 왠지 강가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조심스레 팔을 빼낸 강가을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그 옆에서 13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불쑥 튀어나왔다. “숙모, 다른 방으로 준비해 줘요. 거긴 서우 누나 방이라고요. 저 여자가 그 방 쓰면 서우 누나 물건은 어디에 두라고요.” 소년의 정체는 신이현의 막내 아들 강우진, 어린 나이임에도 이 집안에서 가장 거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말에 모두가 난처한 표정을 짓던 그때, 잔뜩 굳은 표정의 강기성이 나섰다. “무슨 헛소리야. 어른들 일에 참견하지 마!”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하지만 강우진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대들었다. “집에 남아도는 게 방인데 왜 하필 서우 누나 방이냐고요!” 그러자 앳된 얼굴의 여자가 불쑥 일어섰다. 청순한 얼굴에는 자책이 가득했다. “우진아 그만해.” 여자가 바로 강우진이 말하는 서우 누나, 안서우였다. 안서우는 강 회장의 부인 신옥자의 조카로 강가을이 납치된 후 큰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그리고 지나치게 센 양기를 누르고자 친정에서 입양해 온 아이로 엄밀히 말하면 강가을의 언니였다. “가을아, 우진이 탓하지 마. 우진이가 나쁜 뜻으로 그러는 건 아니야. 그 방 그냥 네가 써. 난 다 괜찮으니까.” 양보하는 척하면서 억울한 티를 팍팍 내는 말투. ‘왜 이리 익숙한가 했더니 한여름이랑 같은 스타일이네. 사주에 마가 꼈나. 왜 자꾸 저런 것들이랑 엮이는지.’ 어느새 고개를 돌린 안서우는 강우진을 꾸짖고 있었다. “우진아, 얼른 사과해. 네 사촌누나잖아.” “쳇.” 하지만 강우진은 고개를 홱 돌렸다. “누나는 무슨.” 탁. 이때 누군가 컵을 거세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번잡하던 거실은 순식간에 적막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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