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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장

유시윤의 글은 다소 급하게 작성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점들이 오히려 그가 쓴 글에 믿음이 가게 했다. 삼 년 전, 유시윤은 열네 살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청춘 도약]에 출연하게 된 그는 극 중에서 그는 장기하의 동생 역할을 맡았다. 순진하고 수줍음 많은 캐릭터로 형을 존경하며 뒤를 따르는 동생이었다. 그때 유시윤은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연기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비록 분량은 적었지만 그는 매일 열심히 대사를 외웠고 장기하에게 연기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었다. 장기하도 유시윤에게 아주 잘해줬고 여러 번 그를 친동생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유시윤은 그저 기뻐하며 별생각 없이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가 자기의 어깨를 감싸거나 가끔 목에 기대어 웃는 것도 그저 자기를 동생으로 여겨서 하는 스킨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촬영이 진행될수록 장기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의 몸에 접촉했다. 한번은 장기하가 참가한 학교 축구팀이 우승했다고 기뻐하는 씬을 찍을 때였다. 촬영이 시작하자마자 장기하는 유시윤에게로 달려와서 그를 와락 안았다. 당시 유시윤은 아주 혼란스러웠지만 감독님께서는 이런 연출도 좋다고 칭찬하면서 받아들였기에 업계의 배우들은 다 이렇다고 생각했었다. 또 한번은 형제끼리 장난치는 씬을 찍을 때였다. 대본에도 없었는데 장기하는 그를 침대에 눕혔다. 유시윤은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나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껴 점차 장기하와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이 같이 나오는 씬은 많지 않았다. 촬영이 거의 끝나갈 즈음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씬을 앞두고 장기하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유시윤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장기하는 유시윤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며 그가 원한다면 감독에게 추가 촬영을 부탁하고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유시윤은 그 제안에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느꼈던 이상한 감정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때 유시윤은 처음으로 어떤 남자들은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기하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유시윤은 두려워서 힘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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