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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장

“그게 뭐예요? 아... 아직 있어요?” 최순옥은 인자한 눈빛으로 손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에는 포용이 잔뜩 담겨있었다. “한씨 가문의 딸이 다 치웠지. 아니면 나도 다시 돌아가서 윤회했을 리 없잖니?” 이 상황에 대해 믿음을 가진 배원우를 본 강가을은 그제야 말을 이었다. “당시 끼인 것은 보통 귀신이 아니라 악신이었어. 그런 악신들은 보통 조각상이나 받들어 모셔지는 작은 상 속에 기거하며 직접적으로 사람 생명은 해치지 않고 공양을 구해.” 다만 일반적인 신의 공양과는 달리 악신이 요구하는 공양은 더욱 까다로웠다. 처음에는 닭과 오리 같은 작은 동물들의 죽음이겠으나 점차 살아있는 제물을 원할 것이었다. 그 목적은 상대방의 피를 취하기 위해서였다. 악신의 능력이 성장하면 닭과 오리로도 모자라 돼지, 양과 같은 큰 동물로 대체해야 하고 주인이 더 많은 것을 원할수록 악신의 요구도 더 많아지며 살인까지 갈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배원우가 당시 건드린 악신은 이미 사람들에게 공양을 받으며 몇 명의 목숨을 앗아간 악신이었다. “내 추측으로는 네가 만난 악신은 당시 너무 많은 인명을 앗아 모시던 주인이 더는 공양하기 힘들어서 할 수 없이 밖에 버렸을 거야. 악신은 사람의 목숨을 해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잔인함이 더 잘 드러나는데 주인에게 버려지기까지 했으니 그 분노가...” 강가을이 말하며 그윽한 눈빛으로 배원우를 바라봤다. “공교롭게도 너랑 만났을 당시 네가 피를 흘리고 있었을 수도 있지.” 여기까지 들은 배원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뭔가 생각이라도 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전에 친구랑 등산하다가 조심하지 않아 한 조각상 위에 넘어져 손바닥을 다친 적이 있어.” 비록 이미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자신이 넘어진 것이 악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두려웠다. 강가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악신은 이미 살의에 찬 상태였을 거야. 암묵적으로 너를 자신의 공양자로 정하고 네 몸에 표시를 새겼을 거야. 나도 한동안 너를 지켜보다가 악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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