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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김정호가 알아본 데 의하면 허유정의 화장대에는 액세서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옷장에도 치마가 없었다. 그래서 급한 김에 김소영에게서 옷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평소에 보석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은 보석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기에 싸구려라고 하면 믿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정호 씨가 산 거니까 착용하는 거예요. 비싼 거든 싼 거든 그건 당신 마음이니까 당연히 싫어할 일도 없거요.” 김정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가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집사가 사람을 시켜 보내온 아동용 좌석이 거실에 놓여 있었다. 허유정은 차를 정원에 대고 김정호가 들고 온 좌석을 차량 뒷좌석에 고정했다. 사실 그녀는 승용차보다 트럭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두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워낙 부자들만 다니는 곳이라 혹시라도 아이들이 기죽을까 봐 자제하고 있었다. 허유정은 아이들과 조카인 도원준에게 놀이감과 간식을 사주었다. 어른들이 일을 하는 사이 세 아이는 같이 모여 간식을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온가족에게 예쁨만 받고 자라 조금 이기적인 도원준의 성격이 발작하는 바람에 세 아이는 얼마 못 놀고 싸우게 되었다. 도원준은 혼자서 두 남매에게 밀리자 결국 울며 부모를 찾았다. “엄마, 서월이랑 서윤이가 나 괴롭혀.” 아이는 씩씩거리며 엄마한테 다가가서 하소연했다. 허유나는 구슬피 우는 아들을 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도원준보다 나이도 어리고 덩치도 작은 두 아이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심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허유정이 진서월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얘기해 줄래?” 진서월이 말했다. “엄마, 원준 오빠가 내 장난감 빼앗으려고 하는 거 내가 안 주니까 오빠가 나 밀치고 머리카락도 잡아당겼어. 오빠가 나 지켜주려고 하니까 원준 오빠가 쳤어. 우린 원준 오빠 괴롭힌 적 없어. 하지만 상대가 우릴 때리는데 가만히 당할 수는 없잖아. 원준 오빠는 우리 둘을 감당 못하니까 분해서 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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