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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네, 알겠습니다.” 집사는 공손히 대답했다. “그리고 내 개인 금고에서 보석 세트 한 세트를 꺼내 주시고 별장에서 집사람이 입을만한 원피스 두 벌이랑 하이힐을 챙겨주세요. 무조건 새거로요. 내일 애들 안전좌석 가져올 때 같이 가져다주세요.” 집사는 호기심이 동했지만 군말없이 대답했다. “네, 도련님.” “이따가 주소 보내드릴 테니까 올 때 나한테 도련님이라고 하지 말고 택배 배달왔다고 해주세요.” “네.” 집사 아저씨는 점점 들을수록 궁금증이 치밀었다. 김정호는 전화를 끊은 뒤에 위치를 찍어 집사에게 전송했다. 그러고는 다시 민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김 대표, 지금 이 시간이면 사모님이랑 한창 뜨거울 시간 아니야? 어쩐 일로 시간을 내서 나한테 전화를 했을까? 혹시 너 욕구불만이야?” 김정호가 굳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민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욕구불만이더라도 난 찾지 마. 난 정상적인 남자라고. 난 여자만 좋아해. 아무리 네가 상사의 신분으로 날 압박해도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야.” “말해. 이 시간에 심심해서 전화한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야?” “허유정에 관한 자료, 조사한 것 중에 빠진 게 있어.” 민지훈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네 마누라인데 조사할 게 뭐가 더 있어? 그래, 내가 그렇게 깊게 조사하지는 않았어. 내가 다 조사하면 네가 그 여자한테 흥미가 식으면 어쩌려고?” 가장 중요한 건 김정호 본인도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왜 집사람이 좋아하는 건축 디자이너 일을 때려치우고 시골에서 과일 농사나 짓고 있는지 궁금해. 지나간 과거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데까지 싹 알아봐.” 김정호는 할머니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허유정에게는 말하기 싫은 과거가 있다. 그는 그녀가 무슨 일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시골로 귀향했는지 꼭 알고 싶었다. 지금도 건축 디자인 얘기만 나오면 그녀는 깊게 대화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업계에서 어떤 계기로 마음을 크게 다쳤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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