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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광주의 초여름은 항상 특별히 더웠다. 겨우 아침 여덟 시가 되었는데 태양은 이미 아주 뜨거웠다. 허유정은 버스를 타고 광주 호텔 근처 정거장에서 내려 휴대폰을 꺼내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나 광주 호텔 근처에 도착했어, 바로 호텔 갈 거야. 맞선 보는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시 한번 말해줄래?" 허유정 엄마가 말했다. "사진 안 챙겼어?" "까먹었어." "그렇게 계속 덜렁거리면 어떡해, 내가 어떻게 생겼다고 해도 네가 상상할 수 없을 거야. 호텔에 들어가서 1층 커피숍에서 찾으면 돼, 근처 공사장에서 출근한다니까 공사장 옷을 입고 안전모를 한 사람이 네 맞선 상대야." 허유정은 안경을 위로 올리면서 알겠다고 했다. "허유정, 잘 들어, 너 이제 이것저것 고르면 안 돼, 넌 이미 스물일곱이야, 더 시집 안 가면 노처녀가 되는 거야, 계속 과수원에만 잊지 말란 말이야." "엄마, 알겠어, 내가... 아이고!" 허유정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와 부딪혀서 넘어졌고 모녀의 대화가 끊겨 버렸다. "아가씨 괜찮아요? 미안해요, 내가 너무 급하게 가느라 못 봤어요." 허유정과 부딪힌 사람은 육십이 넘어 보이는 아줌마였는데 그녀는 허유정을 부추겨 일으키고는 연신 허유정한테 사과했다. 허유정은 괜찮았지만 넘어지면서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렌즈가 깨졌다. 그녀는 고도 근시라 안경이 없으면 모두 흐릿했고 엄마가 앞에서 지나가도 못 알아볼 정도였다. "아줌마, 저 괜찮아요." 허유정은 아줌마와 더 엮이고 싶지 않아 얼른 괜찮다고 했다. 아줌마가 연신 물어봤지만 그녀가 계속 괜찮다고 해서야 아줌마가 떠나갔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부러진 안경을 주웠는데 이미 쓸 수 없었기에 안경을 접어 바지 호주머니에 넣었다. 엄마가 아직 전화를 끊지 않은 걸 발견한 그녀는 엄마한테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는 전화를 끊고 광주 호텔에 들어갔다. 안경이 없어 시선이 흐릿했기에 허유정은 커피숍을 찾을 때 가까이해서야 겨우 알아봤다. 커피숍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허유정은 커피숍에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구석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남자가 입은 옷이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 옷과 비슷해 보였고 머리에 안전모도 쓰고 있었다. 허유정이 그를 보았을 때, 그가 안전모를 벗고 있었다. 그녀는 틀림없이 자신의 맞선 상대라고 생각하고 걸어갔다. 김정호는 낯선 여자가 자기 앞에 다가온 걸 눈치챘는데 그녀가 예의를 갖춰 물어왔다. "저기요, 혹시 김정호 씨세요?" '누구지?' 김정호는 마음속으로 의아해했지만 나지막하게 맞다고 답했다. "안녕하세요, 허유정입니다, 오늘 그쪽 맞선 상대입니다." 허유정은 답을 듣고느 자기 멋대로 김정호의 앞에 앉아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는 지금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김정호와 마주 보고 앉았다고 해도 상대의 얼굴이 흐릿했다. '오관이 다 정상이면 됐지 뭐.' 김정호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빛이 싸늘하고 날카로워져서 허유정을 보았는데 그녀는 눈빛이 아주 맑고 순진해서 자신을 가까이하던 다른 여자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었다. "김정호 씨, 소개인이 제 상황을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전 지금 스물일곱이고 연애는 한 번 했는데 실패했고요, 연애 안 한 지 칠팔 년이 됐어요. 제 사업이 있고요, 과수원을 많이 청부 맡았고 리치랑, 용안, 망고, 파파야, 포고, 그리고 귤이랑 수박 심어요." "평소에 일이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고, 그냥 눈만 맞으면 바로 혼인 신고하려고요, 안 그러면 제 부모님이 계속 결혼하라고 재촉해서 귀찮아 죽을 것 같아요." "참, 저는 세 남매예요, 언니는 결혼했고 남동생도 결혼했어요." 그녀만 결혼하지 않았기에 부모님들이 더 재촉하는 것이었다. 허유정은 조금 이따 비료를 한 트럭 사 가야 하는 걸 계속 기억하고 있었고, 맞선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앉자마자 자기 상황을 모두 말했다. 김정호는 흥미롭다는 듯 허유정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재벌 집 딸처럼 고귀한 멋이 없었고, 아주 화려하게 예쁜 건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예뻤다. 그녀의 빠르고 솔직한 말이 그로 하여금 그녀한테 대한 첫인상이 아주 좋게 하였다. 여자가 이미 소개를 마쳤으니 김정호도 소개했다. "허유정 씨, 저는 형제가 많고 제가 맏이예요, 올해 서른하나이고 미혼입니다. 하지만 제게 아이가 둘이 있어요, 죽은 제 친구 아이인데, 사고로 돌아가고 와이프도 실종됐어요. 아이만 둘만 남았는데 보살필 사람이 없어 제가 입양했고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키우고 있어요." "애들은 올해 몇 살이죠?" 허유정은 김정호의 자료가 소개인이 말한 것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나이가 조금 많았고 아이도 둘 키우고 있었고, 친자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하면 새엄마가 되어야 했다. '역시, 중매인은 가짜를 진짜처럼 말하고 아주 거짓 덩어리야.' "네 살이고 쌍둥이예요, 3월에 유치원 대반에 가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수만 있으면 어른이 편안해 지기에 허유정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사진 있어요? 보고 싶어요." 허유정은 김정호가 자기 결혼에 영향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죽은 친구의 자식들을 입양했다는 건,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미혼 남자가 아이 둘을 키운다는 건 성격이 좋고 포용심도 강하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바로 그런 남자였다.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을 내렸기에 그녀는 바로 두 아이를 보고 싶었다. 김정호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을 켜고는 두 아이의 사진을 꺼내 허유정한테 보여주었다. 두 아이는 아주 예뻤고 귀여웠고 마침 그림 속 인형 같았다. 허유정은 지금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휴대폰을 가까이해서야 두 아이의 얼굴이 뚜렷이 보였고 한눈에 두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난 허유정은 휴대폰을 김정호한테 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김정호 씨, 제가 당신한테 대한 인상이 괜찮은데, 혹시 그쪽도 제가 괜찮게 생각되면 초고속 결혼할래요? 할 거라면 지금 바로 수속하러 갈까요?" '고작 결혼 따위, 하면 되지, 그러면 부모님이 재촉 안 하겠네.' 초고속 결혼은 용기가 필요했다. 허유정한테 제일 부족하지 않은 게 바로 용기였다. 그녀가 여자임에도 감히 몇억을 대출받고, 친척들한테 모두 빌려서 과수원을 청부 맡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용기는 남자들보다도 대단했다. '초고속 결혼이 뭐가 무섭겠어?' 그녀는 부모님이 더 결혼하라고 재촉하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고,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이야, 그저 남자일 뿐이니 조용히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김정호 씨가 공사장에서 일하고, 소개인도 조용한 사람이라고 했어. 중요한 건 공사장에서 일하니까, 오랫동안 집에 올 수 없잖아, 그럼 남편을 모실 필요가 없네,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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