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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허유정은 욕실에 들어가서 휴대폰을 꺼내 광주 제일 그룹에 계열사에서 출근하는 친구 임효진한테 전화했다. 임효진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유정아, 왜?" "효진아, 퇴근했어?" "야근 중이야, 괜찮아, 할 말 있으면 해, 상관없어." 임효진은 회사에서 실장급이었기에 일적으로는 자유로운 편이었고 전화를 받아도 상사한테 욕먹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효진아, 오늘 바빠서 너한테 말 못 했는데, 나 결혼했어." 임효진은 멈칫하고 바로 말했다. "너 결혼했다고? 누구랑? 네가 남자 친구도 없는데 결혼했다고?" 임효진은 허유정이 계속 결혼 재촉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허유정과 동갑인 그녀도 결혼 재촉을 당했었다. 다른 사람은 스물일곱에 아이 엄마가 되었고 일찍 결혼한 사람들은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아직도 솔로였기에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해서 집도 돌아가기 두려워했었다. 그녀는 일이 바빠서 부모님이 재촉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허유정은 그 재촉에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받았다. 임효진도 친구가 사흘이 멀다고 맞선을 보는 걸 알고 있었다. 허유정은 집안 조건이 좋았고, 허씨 집안도 부자에 속해서 돈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허유정이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매번 맞선에 성공하지 않았기에 허유정 엄마가 허유정의 사업을 지지하지 않아 허유정이 대출을 받아 창업할 수밖에 없었다. "맞선 상대랑, 나 오늘 또 맞선 봤는데 마음에 들어서 바로 혼인 신고했어." 임효진은 할 말을 잃었다. "유정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아무리 부모님이 급하다고 해도 함부로 하면 안 되지. 이건 결혼이잖아,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건데, 감히 초고속 결혼을 해? 너 그 남자 잘 알아? 중매인 말 믿지 마, 다 거짓말이야." 허유정도 그 말에 공감했다. "아빠 엄마가 아주 명줄을 재촉하듯 재촉하잖아. 마음에 드니까 바로 혼인 신고했어. 남자가 아주 좋아, 인품도 좋고, 굳이 결점이 있다고 하면, 바로 애가 둘이 있는 거야." "뭐? 남자한테 애가 둘이 딸렸다고?" 임효진이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자 주위 동료들이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직속 상사인 대표님도 사무실 문을 열고 보았다. 임효진은 얼른 입을 틀어막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숨었다. "유정아, 네가 아무리 부모님이 재촉하는 게 싫다고 해도 그렇지, 재혼한 남자랑, 그것도 애가 둘이 딸린 남자랑 결혼하면 어떡해, 아이도 안 낳을 거야?" 허유정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날 아는 건 너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새엄마가 되기 싫어서, 김정호가 애가 둘이 딸려서 싫다고 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있는 게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윤활제가 되면, 그녀와 김정호의 사이도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아주 귀엽고 철이 들어서 그녀는 그들이 싫지 않았다. 초고속 결혼으로 남편도 생기도 아들딸도 생겼다. '내가 낳지 않고도 엄마가 되는데, 10달을 고생 안 해도 되는데, 얼마나 좋아.' 임효진은 피를 토할 것 같았다. "뭐 하는 사람인데?" "광주 호텔 근처 공사장에서 출근해, 하지만 잘 생겨서 정장 입으니까 완전 재벌 같아." "너 남자 얼굴 봐?" "아니, 인품이 마음에 드는 거야, 맞선 볼 때 내가 안경을 쓰지 않아서 잘 안 보였거든." 임효진은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정말 미쳐, 안경도 안 쓰고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감히 초고속 결혼을 하다니.' "이름이 뭔데?" "김, 김정호야, 이름도 너무 예뻐, 그 사람 생긴 것처럼 멋있어." 임효진은 어이가 없었다. "김정호, 그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아, 아니다, 우리 대표님이랑 한 글자가 다르네, 우리 대표님도 김씨야, 김정민이야." 같은 성씨이고 이름도 다르지만 인생은 완전히 천지 차별이었다. 그녀의 상사는 광주 재계 1위의 셋째 도련님이고, 김씨 가문 세대주가 되어 이 계열사를 맡게 된 것이었다. "같은 이름인 사람도 가득한데 한 글자는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초고속 결혼을 한 것도, 내 맞선 상대가 김정오라서야.' "효진아, 잘 들어, 내 초고속 결혼 남편이 나랑 관계 맺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나 자야 해?" 허유정이 전화를 한 이유가 바로 그걸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임효진은 멈칫하고 말했다. "너희 둘이 감정 기초가 아직 없잖아, 초고속 결혼이기도 하고, 서로 상대를 잘 모르는데 밀 수 있으면 나중에 감정이 생기면 다시 해." 임효진은 사랑과 결혼에 아주 진지한 편이었다. 절대 허유정처럼 모르는 사람이랑 초고속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한테 초고속 결혼을 하라고 하면, 상대가 아무리 잘 생겼어도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은 하고 싶은..." "침대에서 차 버려, 그러면 그런 생각 안 할 거야, 네가 아주 쉽게 차버릴 수 있을 거야." 허유정은 화내지 않고 말했다. "내가 얼마나 부드러운 여자인데, 왜 날 폭력적인 여자처럼 말하는 거야?" "허유정, 내가 널 몰라? 우리가 유치원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친구였잖아. 네가 매일 과수원에서 원숭이처럼 나무를 기어 올랐는데, 네가 부드럽다고? 웃겨 죽겠네 정말." "그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어, 너 계속 야근해, 나 씻을게." 임효진은 그녀가 전화를 끊기 전에 말했다. "주말에 남편 데리고 나와, 네가 평생을 맡겨도 되는 사람인지 봐야겠어." "주말에, 그 사람 집에 가야 해. 혼인 신고도 했는데 시부모 댁이 어딘지는 알아야지." 임효진은 할 말을 잃었다. '거 봐, 이게 초고속 결혼을 한 결과야, 문제가 많아.' "괜찮은 남자인 것 같아, 어차피 한 번만 결혼할 거고, 지금 아빠랑 엄마도 그 사람 아주 좋아해, 더는 잔소리하지 않아서 내가 너무 좋아, 이혼하면 안 되지." 허유정은 김정호를 방패로 삼았기에 이혼하는 게 제일 무서웠다. 이혼하면 부모님이 더 심하게 잔소리할 게 뻔했기에 부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때 그 일이 그녀한테 충격이 아주 컸기에 그때부터 그녀는 반드시 자기 노력으로 돈이 있고 권력이 있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과수원을 청부 맡은 건 창업하는 첫걸음이었다. 그녀의 목표는 아주 컸기에 창업에만 몰두했고 부자가 되고 싶었다. '남자야 하나만 있으면 되지.' 임효진이 그녀를 욕하고 싶었는데 허유정이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 친구한테 말하고 나자 허유정은 조금 이따 일어날 일에 대해서 더 두려워하지 않았다. 합법적인 부부였고 남녀 사이의 일을 그녀도 잘 알았고 평생 안 할 수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허유정은 마음 편히 샤워했다. 그녀가 샤워에서 나오자 김정호가 이미 침대에 반쯤 누워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웃옷을 벗고 있었는데 몸매가 정말 좋았다. '내가 덮치길 기다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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