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나는 거문고 의자에서 일어나 목구빈한테로 걸어갔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초조하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런 자리에서 추태를 부리면 안 되는데... 추태를 부리면 나뿐만 아니라 목구빈 얼굴에 먹칠하는 건데... 목구빈은 육하준을 발견하자마자 술잔을 높이 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이내 나를 가볍게 불러주었다. “상미야, 이쪽으로 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육하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도 마침 목구빈한테로 걸어갔다. 목구빈은 팔을 굽혀 내가 팔짱을 끼게끔 했고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빛으로 육하준을 쏘아보더니 나한테 말을 건넸다. “상미야, 걱정하지 마.” 나는 마음속 두려움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목구빈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고의로 나를 망신시키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나를 이용해 육하준한테 충격을 주려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는 그만의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거다. 그리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관심이 없다. 역시나 육하준은 충격 뒤로 이내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표님,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장 아저씨는 호호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육하준 대표님도 오셨네요? 젊은이들은 말이죠 이렇게 자주 나와서 사교도 하고 그래야죠. 뭐든 지나치게 하면 안 되는 법이에요.” 순간 장 아저씨가 내막을 알고 있다는 걸 나는 깨달았다. 그리고 아마 이 아저씨가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나 보다. 다들 이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목구빈은 내 손을 잡고 태연하게 답했다. “육하준 씨, 저하고 상미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죽마고우라고 해도 될 만한 사이인 거죠.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제가 상미의 10년이란 세월을 놓쳤어요.” 나는 그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상한 생각이 떠오르고는 있으나 인정할 수가 없었다. 육하준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요?” 그는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유상미! 넌 진짜 남자한테 빌붙어 사네! 예전의 너하고는 완전 달라.”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