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아론은 조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비늘은 식탁 위에 떨어져 있었다.
강이서는 그것을 주워 손에 쥐었다.
촉감은 매끈하고 부드러웠으며, 날카로운 모서리도 없었다.
강이서는 의아해하면서 아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론의 상처에서는 아직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꽤 깊이 베인 것 같았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본 순간, 강이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철판 위에서 바삭하게 구워진 작은 문어들이 가지런히 놓여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철판에 구운 작은 문어 요리예요. 이렇게 구우면 향이 더 좋아져요.”
아론은 강이서의 굳은 표정을 의식하지 못한 채, 부지런히 붓으로 문어에 양념을 발랐다.
아론은 정성스럽게 버터를 바르고, 향신료를 뿌렸다.
그러자 향신료가 타면서 은은한 향이 퍼졌다.
강이서는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베라도 입맛이 없었다.
문어를 다 구운 후, 아론은 옆에서 잔뜩 기대한 얼굴로 자기를 쳐다보는 친구를 무시한 채, 강이서에게 먼저 하나 짚어주었다.
“먹어봐요. 맛있을 거예요.”
냄새는 확실히 좋았다.
강이서는 입술이 떨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실험실 수조 안에서 천진난만하게 움직이던 작은 문어가 떠올랐다.
베라가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다른 거 먹으면 안 될까요?”
마침, 서빙 직원이 다음 요리를 가져왔다.
잘게 썬 해파리가 새콤한 레몬즙, 청량한 오이채, 다진 마늘, 기름과 함께 버무려져 있었다.
“이건 중국식 요리예요.”
아론은 접시를 강이서 쪽으로 밀며 말했다.
“동양식이라서 입맛에 맞을 거예요.”
강이서는 맑고 투명한 해파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실험실 수조 속에서 유유히 떠다니던 4번이 떠올랐다.
부드럽게 물결치던 해파리를 떠올리자 강이서는 또 입술이 떨렸다.
그 순간, 베라는 아무 말 없이 강이서에게 구운 소고기를 집어 주었다.
그리고 잘 익은 고기를 신선한 채소로 감싸 정성스럽게 내밀었다.
“이거 먹어. 이건 맛있어.”
강이서는 안도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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