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이서.”
그의 얼굴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금욕적인 얼굴을 한 그는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강이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보고 싶었어.”
그 순간 강이서는 기분이 복잡해졌다.
전에 문어 실험체랑 놀 때, 강이서는 아무 부담도 갖지 않고 신나게 놀았었다. 촉수를 눌러보기도 하고 얼굴을 만지기도 하면서 상대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즐겼다.
게다가 그가 안아달라고 손을 뻗었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여름에 하는 포옹은 시원해서 더위를 잊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좋은 감정은 실험체가 강이서한테 먹히기를 원하면서부터 변질되었다.
강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물의 습관대로 분석하면, 게다가 강이서의 성별을 생각하면...
문어 같은 생물이 이성에게 먹히기를 바란다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강이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문어 인간 앞으로 갔다.
“이서...”
문어 인간은 몸을 억지로 끌어 강이서 앞으로 가려고 했다. 마치 해바라기가 해를 쫓는 것과 같았다.
강이서는 젖은 녹색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었다. 그러자 문어 인간은 바로 강이서의 손길을 따라 촉수를 말았다.
강이서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17번, 왜 내가 너를 먹었으면 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
강이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느꼈다.
17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에메랄드 같은 눈으로 강이서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결국 가볍게 촉수를 들어 강이서 입가에 가져갔다.
“...”
강이서는 약간 놀랐다.
다른 촉수가 강이서의 다리를 타고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어느새 그 촉수들은 강이서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강이서는 전처럼,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문어 인간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강이서는 약간 놀라서 힘껏 그를 밀쳐냈다.
“그만, 일단 말해.”
문어 인간은 저항하지 않고 강이서의 힘에 밀려났다. 그리고 또 지지 않고 돌아와 강이서를 옭아매며 고개를 떨구고 얘기했다.
“줄래. 이서한테.”
그의 표정은 너무 진지해서 강이서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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