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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는 그림자에서 헤엄쳐 나와 연한 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해조류처럼 펼쳐 보이며 물결에 따라 천천히 펼쳐지는 모습이 물에 젖은 새틴 같았다. 그 실루엣은 아름답고 선명했으며 놀라울 정도로 강렬했다. 인어는 손을 들어 유리 벽에 대고 허공에서 그녀의 뺨을 애무하듯 움직였다. 그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마치 상대를 옭아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억만 겁의 진화를 거치면서 어떤 생물은 독특한 자기 보호 능력을 지니는데 아름다운 생물일수록 더 치명적이었다. 예를 들어 몽환적인 해파리, 장미의 가시, 하얀 독이 있는 협죽도, 화려한 색상의 식물과 찬란한 독버섯처럼. 아름다운 것일수록 사람의 정신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목숨을 앗아간다. 강이서는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를 마주한 순간 주체할 수 없이 홀려버리고 말았다. 거대한 푸른 수조 속 날씬한 인어는 미친 과학자가 수정으로 만든 요물의 표본처럼 보였다. 알몸인 상반신은 피부가 창백했으며 다친 지느러미는 이미 상처가 아물어 중앙에 긴 흉터가 남아 있었다. 강이서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그 아름다운 물고기 꼬리에 또다시 난폭한 쇠사슬이 감겨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느다란 은색 쇠사슬이 수조에 얼음처럼 차가운 호를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둘은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인어가 손을 들어 강이서를 향해 까딱거리니 물고기 꼬리가 부드럽게 흔들리며 환상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떠올랐다. 강이서는 고전 소설 속 영혼을 홀리는 요물이 산속의 선비를 유혹하니 아름다운 겉모습에 홀린 남자가 양기를 전부 빼앗기고 시체로 버려졌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다가갔다. 무엇에 홀린 듯 강이서는 과거 넘어진 적이 있던 사다리 철심을 한줄 한줄 넘어 위로 올라갔다. 차르륵... 가벼운 물소리가 들리더니 인어가 물속에서 머리 절반을 드러내자 젖은 금발 머리가 얼굴의 윤곽을 감싸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 눈만이 유일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강이서는 포드 입구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 위에 앉아서는 그 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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