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무려 인어를...
고주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연설문이라도 읽는 것처럼 말했다.
“네, 가치가 없는 불량품이니 죽여야죠.”
강이서는 충격에 휩싸인 채 자리에 굳어버렸다.
관상용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귀한 인어가 하마터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니.
그녀는 재차 확인했다.
“공격성이 전혀 없나요?”
“네.”
상대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고개를 숙인 강이서는 정보를 입력하는 고주원의 떨림과 눈동자 깊숙이 스며든 공포를 눈치채지 못했다.
모든 정보를 입력한 후 고주원의 태도가 전보다 한결 누그러졌다.
“남은 절차만 기다리면 되니까 이제 만나러 가보셔도 돼요.”
...
강이서는 또다시 이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S 구역에 들어섰을 때와 똑같은 실험실, 거대한 유리창 안의 짙푸른 빛, 바라만 봐도 바닷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빛과 그림자가 겹친 거대한 수조는 텅 비어 있었다.
고주원은 문을 열어줬지만 직접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다.
오는 길에 봤던 모든 보안 요원들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은색 금속에 칩이 박힌 특수 고글을 눈 위에 쓰고 있었다.
“저도 안경을 써야 하나요?”
고주원이 당황하며 말했다.
“사육사님은 안 써도 돼요.”
필요 없는 게 아니라 ‘넌’ 안 써도 된다는 뜻이다.
참 이상한 말이다.
강이서가 안으로 들어서자 등 뒤에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한 금속 문 여러 개가 동시에 닫혔다.
다음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고 확인해 보니 문밖에서 고주원이 보낸 메시지였다.
[문을 잠그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후 나오실 때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문을 열어드릴게요.]
‘문을 잠그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오늘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 기이하기만 했다.
텅 빈 방에는 그녀의 발소리만 들렸고 구석에 있는 카메라가 희미하게 감지할 수 없는 붉은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이곳은 너무 커서 걸을 때마다 소리가 울려 누군가 뒤를 따르는 것 같아 퍽 섬뜩했다.
빛이 있어도 유난히 희미했다.
강이서는 벌렁거리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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