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강이서가 가까이 다가가자, 청년은 촉수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옷자락을 휘감았다. 문어 인간이 얼굴로 그녀의 손바닥을 다정하게 비벼대자 높은 코끝이 그녀의 손바닥에 섬세한 무늬를 만들어 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그녀였다. 이 시간에 강이서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건 그한테는 예상치 못한 기쁨이었다.
강이서가 문어 인간의 짙은 녹색 머리카락 사이에 어떤 조각들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떼어내 보자 종이 조각이었다.
그제야 그녀는 임시 사무실에 놓여있던 새 책상의 포장지가 뜯겨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마도 문어 인간이 강이서가 돌아오기 전에 그녀를 도와 포장을 뜯고 쓰레기까지 말끔히 정리해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았다.
바닥에는 채 마르지 않은 물 자국이 있었으며 그의 촉수에도 종이 조각이 묻어 있었다. 실험체라고 해도 이렇게 부지런하고 세심한데 사람들은 왜 실험체가 위험하다고만 하는 건지 그녀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강이서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촉수에 붙어 있던 종이 조각을 닦아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그의 피부에 닿자, 가볍고 부드러운 접촉이 호흡의 리듬을 흐트러뜨렸다.
문어 인간은 살짝 움츠러들더니, 이내 촉수를 그녀의 손목과 팔에 감아올렸다.
차가운 촉감에 강이서는 몸을 뒤로 빼며 그를 가볍게 때리고 말했다.
“움직이지 마.”
문어 인간은 잠깐 멈칫하다가 곧 다시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는 촉촉하면서도 심오한 초록색 눈동자로 강이서를 바라보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려는 듯 길쭉한 인간 형태의 팔을 앞으로 뻗었다.
“이서.”
그는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창백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옷을 타고 어깨에 흘러내린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강이서는 물에 젖어 그의 몸에 붙어 있는 종이 조각을 떼어내며 물었다.
“너 내 사무실 청소했어?”
“응.”
“고마워. 17번. 정말 세심하네.”
강이서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자, 문어 인간은 긴장된 듯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모든 감각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끝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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