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강이서는 논리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문어 인간의 편을 들었다.
“너무 하는 거 아니야? 17번은 피해자잖아. 되려 위험대상으로 선정하면 어떡해?”
“정말 위험하니까.”
베라의 기운 없는 대답에 강이서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체 어디가 위험하다는 거야?”
눈치를 보던 문어 인간은 강이서의 품에서 한없이 여리고 나약한 척 그녀의 목을 잡고 억울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살육을 일삼았던 촉수를 전부 움츠리자 정말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강이서는 분노에 찬 폭군처럼 문어 인간의 촉수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만약 그 실험체들이 17번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해쳤을까?”
고의인지 아닌지 촉수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문어 인간은 눈을 내리뜨며 나약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알았어. 너의 17번이 제일 불쌍하고 제일 억울하다고 치자.”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베라는 강이서와 더는 입씨름 하기 귀찮았다.
비록 문어 인간이 기지에 있던 주요 실험체들을 백여 마리 해치긴 했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평가도 다시 하게 만들었다.
문어 인간처럼 강력하면서도 주인의 명령에 충실한 고등 지능 생물체는 분명 바벨탑의 최고가 될 수도 있었다.
결국, 특급 생물체의 3분의 1을 잃긴 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하고 강력한 존재를 얻은 셈이니 손실이라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횡재였다.
하지만 강이서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S 구역의 실험체들이 단체로 통제를 벗어난 것은 음파 탐지 실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었지만, 모든 생물이 전부 17번을 공격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 있는 해양 생물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 외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만큼 매우 독립적이고 냉담한 동물이었다.
살육은 그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었고, 그 본능은 특정 대상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17번은 다른 이들과는 다른 어떤 점이 있어서 집중 공격을 받았을 거라는 게 강이서의 첫 번째 추측이었고, 또 다른 추측은 이 생물들이 어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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