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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원래 아무런 결점도 없던 피부에는 크고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어떤 상처에는 파란색 혈액이 묻어있었고, 어떤 상처는 이미 치유된 상태였다. 강이서는 그만 한숨을 내쉬었다. 17번은 눈을 떠서 살짝 떨리는 깊은 초록색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희로애락도 없어 고통을 알수 없었다. 하지만 힘없는 목소리는 마치 다음 순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이서.” 이 목소리에 강이서는 심장이 미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강이서는 17번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이마에 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이 드러난 문어 인간은 반투명한 부드러운 촉수로 강이서의 손목을 감쌌다. 곧 기절할 것 같지만 안간힘을 다해 강이서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쳐다보았다. 마치 강이서가 그의 마지막 희망인 것처럼 전적으로 의지하는 느낌이었다. 강이서는 그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서 마음 아프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누가 너를 다치게 했어?” 17번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지쳤는지 팔도 들지 못했다. 그저 촉수로 강이서의 팔을 들어 조용히 그녀의 품에 기대 눈을 감았다. 마치 밖에서 상처를 입은 새끼 사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베라는 조용히 다가와 이 따뜻한 순간을 깨고 싶지 않아 나지막하게 말했다. “실컷 위로해 줘. 다른 실험체들은 더 심하게 다쳤으니까.” 강이서는 속상하기만 했다. “다른 실험체들이 다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왜 문어 인간을 해친 건데?” 베라는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어제 기지에서 CCTV를 확인했는데 생물체들이 문어 인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긴 했지만 문어 인간도...” 강이서는 멈칫하더니 언성을 높였다. “17번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베라가 조용히 말했다. “내 말 다 듣고 말해.” 이때 반투명한 촉수가 스르륵 강이서의 목을 감싸더니 강한 소유욕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강이서의 격렬한 반응에 보살핌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내가 다른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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