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몸을 뒤척이던 강이서는 소파에 웅크린 채 다친 새끼 고양이처럼 다리를 껴안고 있었는데, 이는 태아가 자궁에서 주로 불안할 때 나타나는 자세였다.
‘불안한 건가?’
인어는 혼란스러워하며 그녀 옆에 엎드렸다.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
아무런 감정 없는 두 눈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내비쳤다. 그는 이 세상 포유류가 그러하듯 강이서의 다리 옆에 누워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팔을 말아 올리고 두 팔 사이에 머리를 파묻었다.
안정감이란 뭘까.
그들 같은 생명체는 안정감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눈에 감정은 거짓된 명제니까.
의식이 혼미해지며 서서히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친 꼬리는 빠르게 자가 치유를 진행했고 이는 아마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무의식적으로 발동된 자아 보호 기제에 인어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나비의 날개에서 펄럭이는 가루처럼 서서히 괴이한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유리 벽 너머 푸른 바닷물에서는 해파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부드러운 촉수로 유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예전보다 더 격렬한 움직임을 보였다.
4번은 극도로 불안해하며 온순했던 이미지를 버리고 어떻게든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해파리의 촉수는 너무 부드러웠고 체내 90% 이상이 물로 이루어진 연체동물은 고통 속에 잠이 든 둘을 깨울 수 없었다.
한편,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호트단 바이러스 연구센터 유리실에는 바다에서 인양된 기록 말소자들이 서서히 변화를 나타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잠에서 깨어난 성진운은 재빨리 관찰실로 향하던 중 바깥을 지키고 있던 안전요원에게 제지당했다.
“대령님, 안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문틈으로 관찰 구역의 두꺼운 유리 벽이 몇 군데 깨진 것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마치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억지로 뛰쳐나오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방탄유리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고밀도 강화 유리라 인간의 힘으로는 평생을 뚫어도 깨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화 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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